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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저성장 수렁 빠져드는데 정부·여야는 뒷짐만 지나

성장률 높여가는데 한국만 그대로
돌파구 찾을 능력 없다면 책임져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으나,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유지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으나,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유지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전체 교역량 추이가 심상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 수출액 감소율(전년동월 대비)은 15.5%로 37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인 7개국 중에선 단연 1위였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방증이다.

수입 감소는 수출보다 더 가파르다. 7월 수입은 1년 전보다 25%나 줄어 OECD 37개국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OECD 회원국 중 수입이 20% 이상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2위 핀란드, 3위 일본과의 격차가 7%p 이상 벌어졌다. 수입의 급격한 감소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7월까지 이어진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수입 감소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지만 원재료·중간재 수입 감소도 상당했던 것을 주목해야 한다. 경쟁국에 비해 경제가 활기를 잃었다는 증거다.

OECD는 지난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전망치는 대부분 상향 조정한 반면 우리나라 전망치는 그대로 뒀다. 세계 경제와 주요 20개국(G20) 전망치는 0.3%p씩 올라갔고 우리는 기존대로 1.5%다. 이대로 연말까지 간다면 우리나라는 3년 연속 OECD 평균 이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무역 감소는 저성장과 관련이 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대표적 저성장 국가인 일본과 비교하면 위기감이 더 커진다. 일본은 엔저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 소비, 투자도 함께 증가세다. OECD는 전망치를 0.5%p나 올려 1.8%를 제시했다. 이 추세라면 25년 만에 한국 성장률은 일본에 추월당한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은 OECD보다 우리나라 전망치를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에서 바로 벗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그 전철을 답습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성 수출구조, 고금리·고유가로 인한 비용부담 등 복합적인 이유가 한국 성장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올 들어 7월까지 전체 교역액 중 중국 비중은 20%가 넘었다. 탈중국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인상을 주저해온 한국은행도 고심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금리를 올린다면 그러잖아도 나쁜 상황에 설상가상의 악재가 될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대 저금리는 이제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가는 산유국 감산 여파로 연일 고공행진이다. 위기 경고가 쏟아지는데 정부의 태도는 느긋하기만 하다.

앞날이 더 걱정이다.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노동·연금·교육 개혁과제들은 해결된 것 없이 반발에 부닥쳐 있다. 규제 족쇄도 여전히 그대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과 고통분담에 모두 나서야 하지만 이 역시 관심 밖이다. 그 와중에 정치권은 정쟁에 여념이 없다.
정부와 여야의 각성을 촉구한다. 갖가지 쇄신책과 구조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다. 능력 부족을 실감한다면 책임을 지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