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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지방자치] '이곳이 명란젓 원조' 부산 동구 명란브랜드 연구소

연합뉴스

입력 2023.09.25 07:03

수정 2023.09.25 07:03

카페 같은 공간으로 연구소 개소, 눈길 끄는 공간에 지난해 3만명 방문 동구, 1900년대 남선창고 중심으로 명태 유통망 발달해 요리도 활성화
[톡톡 지방자치] '이곳이 명란젓 원조' 부산 동구 명란브랜드 연구소
카페 같은 공간으로 연구소 개소, 눈길 끄는 공간에 지난해 3만명 방문
동구, 1900년대 남선창고 중심으로 명태 유통망 발달해 요리도 활성화

명란브랜드연구소 [부산 동구청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명란브랜드연구소 [부산 동구청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동구가 지역과 관련이 있는 '명란' 이야기를 활용해 관광객을 모으고 명란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25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구가 지난 2021년 11월 초량동 168계단 상단부에 5층 건물 규모로 개소한 '명란 브랜드 연구소'에 많은 방문객이 잇따르고 있다.

개소 한 달 만에 684명이 방문했고, 지난 한 해는 무려 3만460명이 이곳을 찾았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명란 연구소가 '맛집'으로 소개되며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다.

구가 이 공간을 조성한 것은 사람들이 흔히 일본 음식으로 알고 있는 '명란젓'의 원조가 사실은 부산 동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명란 업체로 후쿠오카 있는 '후쿠야'의 창업주인 '가와하라 토시오'는 일제 강점기인 1913년 부산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유년을 부산에서 보낸 그는 1930년대 동구 초량시장에서 먹었던 명란젓의 맛을 잇지 못하고 해방 후 후쿠오카로 돌아가 명란 업체를 창업하게 된다.

현재 일본인들이 제일 즐겨 먹는 명란젓이 부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명란젓 강경젓갈정식 (논산=연합뉴스) 임귀주 기자 = 맛깔스럽게 곰삭은 명란젓. 명태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인데 깨소금을 뿌려 참기름과 함께 밥을 버무려 먹으면 그 맛이 무척 좋다. 2018.3.9 (끝)
명란젓 강경젓갈정식 (논산=연합뉴스) 임귀주 기자 = 맛깔스럽게 곰삭은 명란젓. 명태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인데 깨소금을 뿌려 참기름과 함께 밥을 버무려 먹으면 그 맛이 무척 좋다. 2018.3.9 (끝)

명태는 한류성 어종으로 한반도 북부에서 주로 잡히는데 명태의 알인 '명란'을 이용한 요리가 어떻게 부산의 음식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1900년대 부산 동구에 만들어진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인 '남선창고'와 관련이 있었다.

당시 명태는 함경도 원산에서 주로 포획됐지만 원산에는 교통망이 발달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함경도에서 배편으로 명태를 부산으로 보내, 남선 창고에 보관하다가 경부선 철길을 통해 유통했다.

당시 남선창고에는 전국에 공급될 명태가 한가득 쌓여 있어 남선창고라는 이름 대신 '명태 고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남선창고 주변인 초량시장 일대에서는 자연스럽게 명태를 활용한 요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명란브랜드 연구소 [동구청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명란브랜드 연구소 [동구청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명란 연구소'의 인기 비결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소위 '관스럽지 않은' 세련함에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카페 건물과 같은 외관에 호텔 셰프 출신 주방장이 요리해주는 명란 요리 체험 공간 등 독특한 구성이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연구소 건물 1층은 명란을 활용해 개발한 삼 남매 캐릭터인 '도요, 레요, 미요'의 아지트로 명란 캐릭터 세계관을 소개하고 관광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꾸며졌다.

2층은 명란 '스토리지'로 동구 명란 요리 기원과 역사, 가공 방법 등 역사를 전시하고, 명란과 명란 어묵 등 관련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구성됐다.

3층은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곳으로 셰프가 직접 만든 명란 요리를 방문객이 유료로 맛볼 수 있는 '명란 카페테리아'로 만들어졌다.

이 카페테리아에서는 명란 파스타와 피자, 명란 뇨키 등의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부산항과 원도심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을 창밖으로 즐길 수도 있어 단숨에 방문객의 눈길을 끄는 공간이기도 하다.

4층은 명란 관련 요리 수업을 받고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5층은 루프톱으로 꾸며졌다.


명란 브랜드 연구소 [동구청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명란 브랜드 연구소 [동구청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정가득 동구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지역과 관련된 특화 콘텐츠가 잊혀 지지 않도록 발굴에 나선 결과"라면서 "특화 콘텐츠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관광 거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조성됐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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