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러시아, 서방 제재에도 꾸준히 석유 수출...'무보험 운송'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5 16:15

수정 2023.09.25 16:15

러시아 석유 수출 선박 4분의 3은 서방의 보험 없이 운항
각종 편법 동원해 서방 제재 피해
최근 유가 상승으로 석유 수출액 더 늘어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 연해주 나홋카만의 코즈미노 석유 터미널에 촬영된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 연해주 나홋카만의 코즈미노 석유 터미널에 촬영된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석유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여러 편법을 동원해 제재를 피한다고 알려졌으며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재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긴다고 알려졌다.

가격 상한제 효과 오래 못 가
2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경제대학(KSE) 연구팀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KSE는 올해 러시아의 석유 수출 금액이 과거 평균보다 최소 150억달러(약 20조475억원)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7월 이후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고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성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호주 등 27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유가 상한제를 시행했다.
이들은 러시아 석유가 배럴당 60달러를 초과하는 가격으로 수출되는 경우 해당 물량을 운송하는 유조선의 해운 보험 가입을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G7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세계 해운 물동량의 90%에 해운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러시아산 석유 가격은 상한제 시행 이후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했다. KSE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부터 상한제로 인해 석유 수출에서 1000억달러(약 133조원)를 손해 봤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선 육상 송유관을 이용해 중국 및 인도에 막대한 석유를 헐값으로 팔았다. 또한 낡은 유조선에 이름과 도색을 여러 번 바꾸면서 선박 정보를 속였다. 석유 선적 터미널에서 다른 석유에 러시아 석유를 몰래 섞는 방식도 사용했다.

편법으로 수출 늘려, 유가 상승 수혜
미국 원자재 시장조사기업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러시아가 1개월 동안 배로 수출한 석유는 총 9098만배럴이었으며 이 가운데 공식적으로 서방에서 운용하는 보험에 가입된 물량은 2392만배럴이었다. 동시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수출한 물량은 6706만배럴에 달했다. 보험 없이 운송된 물량은 올해 초 대비 약 50% 증가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에 일평균 250만배럴의 우랄유 및 동시베리아·태평양송유관(ESPO) 혼합유를 선박으로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서방 보험에 가입된 석유는 일평균 62만6000배럴에 불과했다.

KSE의 벤 힐겐스톡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석유 운송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상한을 보다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점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FT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얻는 돈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국제 유가는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5달러까지 올랐다. 헐값으로 석유를 팔았던 러시아는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감산 등 시장에 공급이 줄면서 값을 올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랄유 가격은 7월 이후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한편 신문은 지난 21일 러시아의 디젤 및 휘발유 수출 중단 선언을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 때문에 러시아의 석유 매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 내 공급 감소로 전반적인 시세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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