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대거 잃은 뒤 우크라·서방 지치게 만드는 전술 전환
강력한 방어선 구축하고 드론과 정밀 유도 폭탄 사용 급증
전차·포탄 생산 능력 2배…우크라군 몇 달째 진격 정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사흘 만에 굴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러시아군이 거의 1년 동안 터무니없는 전술, 전략적 실수를 거듭하면서 초기 점령지 상당부분을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당하는 등 큰 패배를 겪었다.
이후 절치부심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지치게 만드는 전술로 전환하고 초기 실수를 상당 부분 보완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군이 전격적으로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이후 러시아군은 남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대비해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을 본 따 드론으로 우크라이나군 위치를 확인하고 공격하는 전술을 적극 도입했다. 지뢰를 대거 매설하고 헬리콥터와 대전차 미사일과 집중 포격으로 우크라이나군에 맞서고 있다.
러시아군의 이런 변화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가 최근 몇 달 새 매우 느린 상태다.
◆러군 사상자 27만 이상, 전투력 50% 상실
서방은 러시아군이 27만여 명이 전사 또는 부상해 전투력의 50% 이상을 잃은 것으로 평가한다.
러시아군은 소련 시대 상명하복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최전선 지휘관들에게 거의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전략적 중요성이 크지 않은 동부 바흐무트 탈환에 몇 달 씩 걸리면서 수천 명의 병력을 잃었고 점령한 뒤엔 수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방어하고 있다. 바흐무트 전투는 러시아군이 개전 이래 거의 유일하게 거둔 승리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물리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방어는 공격보다 훨씬 쉬운 법이다. 또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공격능력을 상실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점령지를 추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러시아군은 초기에 비해 상당히 변화된 측면도 보인다.
예컨대 전쟁 초기 러시아군 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 방공망 안으로 진입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으면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75대 이상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
◆전투기들 우크라 대공망 안에 진입 안 하면서 제공권 유지
그러나 러시아 공군의 주력은 여전히 온존돼 있다. 러시아 전투기들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 방공망 사거리 안에 진입하지 않거나 저공비행으로 들어왔다가 급히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전투기들의 폭격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지만 제공권은 여전히 우위에 있다.
러시아군은 또 낡은 멍텅구리 폭탄에 유도장치를 장착해 우크라이나 방공망 사거리 밖, 러시아 영공에서 투하한다. 소련 시대 전투기 밖에 보유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미국이 지원한 사거리 80km의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에 의해 여러 차례 공격당한 러시아군은 지휘소와 탄약고도 최전선에서 상당히 먼 곳에 설치하고 있다. 그 뒤 우크라이나군이 사거리가 더 긴 JDAM 위성 유도 폭탄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다시 더 뒤로 물렸다.
미국이 앞으로 수주 안에 사거리 150~300 km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지원하면 멀어진 러시아군 지휘소와 탄약고 등을 다시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방호가 빈약한 기갑부대와 훈련이 부족한 병력을 투입했다. 그 결과 수만 명의 병력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러시아군은 참호와 교통로를 깊게 파 병력을 보호하고 전차와 장갑차를 숲에 숨기고 위장해 배치한 채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재빨리 타격하고 빠지는 전술을 펴고 있다.
남부에서 러시아군은 각종 드론 사용을 크게 늘렸다. 란셋 자폭드론은 물론 경주용 소형 드론에 폭탄을 장착해 우크라이나 기갑 차량과 보병을 공격하고 있다.
◆러군 전파방해로 우크라 드론 하루 수십 대 손실
또 바흐무트 최전선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로 인해 하루 수십 대의 드론을 잃는다.
러시아군은 중국 DJI사가 생산한 값싼 드론을 수천 대 확보한 상태며 이란과 함께 게란-3 드론도 생산하고 있다. 이들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최전선 우크라이나군을 타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이 최근 몇 달 사이 극적으로 증가했으나 손실도 커졌다. 영국 왕립종합군사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 등으로 한 달 평균 1만대 이상의 드론을 잃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크게 늘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전략폭격기를 파괴한 뒤로 러시아군이 전투기들을 여러 공항에 분산 배치하고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TU-95 전략폭격기 동체 위에 타이어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위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무기 생산을 늘리는 등 전쟁 수행 능력도 강화해왔다. 전차 생산 능력이 연 100대에서 200대로 증가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잃은 전차가 이미 2000대 이상이다. 포탄 생산량도 연 100만 발에서 수년 내 200만 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약 10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사용해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나면서 불발률이 높은 낡은 포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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