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반도체 기술로 수소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5 14:08

수정 2023.09.25 14:08

KAIST-KIST,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장치 개발
3차원구조로 만들어 전력 최소화하면서 오래 견뎌
KAIST-KIST 연구진이 전기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김만기 기자
KAIST-KIST 연구진이 전기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정연식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진영·김동훈 박사팀은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수소 생산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기술은 수소 생산 촉매가 반응 중 잃어버리는 전자를 신개념 산화물 반도체로부터 보충받는 새로운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김진영 박사는 "기존 귀금속 촉매량의 10분의 1 이하만 사용하고도 동등 이상의 성능을 달성해,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그린 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친환경적 그린 수소 생산은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EMWE) 장치를 활용한다.
이리듐 촉매를 주로 사용하는 이 장치는 이리듐이 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고효율과 고내구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전자를 잃어버리고 산화되는 촉매 반응의 특성 때문에 효율과 수명이 현저히 저하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만든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EMWE) 장치를 테스트한 결과, 기존에는 이리듐 1g당 100㎾의 전력을 사용해 수소를 생산했다면 이 장치는 74.8㎾의 전력만을 사용했다. 또한 1A㎠와 0.5A㎠의 전류로 각각 250시간과 500시간 이상 동안 문제 없이 작동했다.

연구진은 초미세 패턴을 층층이 쌓아 올려 3차원 구조를 만드는 반도체 기술을 활용했다. 이때 사용한 물질은 안티모니(Sb)가 첨가된 주석 산화물이며, 이 산화물 표면에는 '전자 저장소'역할을 하는 산소 이온이 고농도로 분포하도록 반도체 증착 기술을 적용했다.
이 독특한 산화물 반도체를 촉매 지지체로 사용하게 되면 표면에 위치한 산소 이온이 이리듐 촉매로 충분한 양의 전자를 지속적으로 보충해 촉매의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을 장기간 유지해 준다.

정연식 교수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기술과 수소 생산은 크게 다른 분야로 여겨지지만, 기존 합성 기술로는 얻기 어려운 독특한 조성의 소재를 정밀 반도체 공정 기술로 구현함으로써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고, 이는 기술 분야 간 융합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연구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규락 학생, KIST 김준 박사, 홍두선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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