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돈 1유로에 팔리나' 현대차 러시아 공장, 바이백 시기 놓고 줄다리기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6 16:58

수정 2023.09.26 16:58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지업체에 매각설
작년 3월부터 현지 공장 가동 중단
현대차 "여러가지 방안 검토" 신중한 입장 유지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가 단돈 '1유로'(약 1428원)에 개점휴업 상태인 러시아 공장을 현지 기업에 넘기고 잠정 철수 결정을 내릴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재매입 조건(바이백 조항)을 넣어 '1유로 매각 계약'을 맺고 러시아에서 철수한 닛산, 르노, 마쯔다 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후 재진출시 러시아 정부는 2년 내 재매입을, 현대차는 최소 5년 내 재매입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에 막판 줄다리기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매입 기간 놓고 줄다리기

26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이노프롬 산업전시회에서 현지 언론에게 "현대차 인수와 관련해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며 "적어도 회사 측이 직접 밝힌 바로는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만투로프 장관은 "인수 기업은 국내(러시아)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으나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현지 자산을 인수할 유력 후보군으로는 러시아 자동차·부품 판매 업체 AGR 오토모티브 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또, 중국 체리도 그간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공장 매각 후 수년 내 전쟁이 종식되면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점이 변수다. 현대차가 공장을 다시 인수하지 못하면 단 1유로에 현지 자산이 국유화 돼 버리는 꼴이 된다. 현대차는 재진출 가능성을 막판까지 열어놓고 최소 재매입 기간으로 5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2년 정도를 제시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동유럽 교두보, 잠정 철수까지

2010년 준공한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산 생산능력이 23만대에 달한다. 2020년 제너럴모터스(GM)로 부터 매입한 인근 공장의 생산 규모와 합치면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연산 33만대 규모다. 인근 현대모비스의 러시아 모듈·부품 공장, 현대위아 부품 공장 등을 포함하면 현대차의 러시아 투자액은 1조원 이상이다. 러시아 경제가 어려웠던 지난 2016년 당시 정몽구 회장은 "러시아 시장에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은 판매 확대로 이어졌고, 지난 2021년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이 러시아 내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입지를 다졌다.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이 멈춘 건 지난해 3월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러시아 경제재재로 자동차 핵심 부품 공급이 막히면서 공장 가동이 중지됐고, 현지 생산인력도 구조조정됐다. 앞서 닛산, 르노, 마쯔다 등은 일정 기간 내 자산을 재매입할 수 있는 조건을 걸고, 1~2유로에 현지 자산을 러시아 정부나 국영기업, 현지 합작사 등에 넘기고 철수했다.
그나마 러시아와 비교적 우호관계의 독일기업인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정도가 예외적으로 자산가격 15분의 1정도의 헐값으로 넘기고 나왔다.

cjk@fnnews.com 최종근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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