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퇴사할 결심' 대형 금융사서 짐 싼 청년들 '핀테크 스타트업'에 새 둥지 틀었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5 05:59

수정 2023.10.05 05:59

'평생 직장' 대신 '평생 커리어'가 뉴노멀
4대 금융그룹·대기업 MZ세대 퇴직률 급증
성장·보상·자유로운 조직문화 갖춘 스타트업 이직 이유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 사무실 전경. 사진=핀다 제공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 사무실 전경. 사진=핀다 제공

[파이낸셜뉴스] MZ세대(1980~1995년생)가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갖춘 전통 금융권을 떠나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향하고 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성장과 보상에 초점을 둔 ‘평생 커리어'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잡은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통 금융권인 4대 금융그룹에서 이탈한 MZ세대 이직자 중 상당수가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제2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중개·관리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의 경우 MZ세대 임직원 비율이 78.1%에 달하는 가운데 핀다 재직자 5명 중 1명은 전통 금융권 내지 대기업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콘텐츠 투자 스타트업 펀더풀도 지난 2021년 설립 초기 임직원의 60~70%가 금융권·대기업 출신이었고 온라인연계금융투자업체 데일리펀딩의 경우도 전체 임직원의 55.9%가 KB금융그룹·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전통 금융권에서 이직했다.

대출비교플랫폼 '담비'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베스트핀은 최근 2년 간 금융사·대기업 이직자 비율이 30%를 기록했으며 아파트 대출·투자 핀테크 기업 브릭베이스도 전체 임직원의 60%가 대기업에서 이직한 가운데 40%가 KB국민은행 등 전통 금융권 출신이었다.


실제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 사의 30세 미만 직원과 사원급의 자발적 이직률 평균은 3.9%로 지난 2020년(1.4%)보다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명시돼 있지 않은 우리금융그룹의 ‘자발적 퇴직인원’을 제외한 3대 금융그룹의 30세 미만·사원급 자발적 이직률 평균은 3.8%로, 2020년 평균이 0.6%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2년 새 6배 가량 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KB금융그룹의 30세 미만 자발적 이직률은 5.5%를 기록해 2020년(1.3%) 대비 4.2%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신한금융그룹의 30대 미만 자발적 이직률 또한 0.3%에서 0.6%로 두 배 뛰었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난해 자발적 퇴직인원 비율은 4.3%로 2020년 당시보다 0.3% 올랐으며 30세 미만 이직 및 퇴직인원 역시 139명으로 2년 전보다 100명 늘었다. 하나금융그룹의 행원(사원) 자발적 이직률 또한 5.19%로 집계돼 2020년(0.1%)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본인의 역량과 비교했을 때 승진 등 회사 내에서 받는 처우가 좋지 못하다고 느끼는 MZ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이직률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Z세대는 자신들의 기대와 회사 내 포지션이 다르다 싶으면 과감하게 이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전통 금융권, 대기업에서 향후 수년 내로 직원들의 중장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개인의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들은 수직적이고 성장의 기회가 제한적인 기업에는 예전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성장의 가능성이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는 보상과 함께 자유로운 조직문화까지 갖춘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각광받으며 인재들이 몰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핀테크 스타트업은 MZ세대 이직자의 성장과 보상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테면 핀다는 근속 기간 1년 이상이 된 직원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사내 핵심가치와 부합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우수인재를 ‘인간핀다'로 선정해 포상금을 지급한다.
동료의 성과와 도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지지해 1인당 연 최대 20만원의 상품권을 동료에게 증정하는 '땡스핀다 피어보너스(Peer-Bonus)'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음악 수익증권 플랫폼 ‘뮤직카우'도 최근 '복리후생 2.0'을 발표하며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더욱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한 달에 한 번 늦은 출근 또는 이른 퇴근이 가능한 '뮤카데이' △연간 최대 8일의 추가 유급 휴가 지원 제도 △반반차 제도 △연간 150만원의 복지 포인트 △3년 이상 장기근속자 포상금 및 포상휴가 △자녀 돌봄 휴가 등을 추진하며 직원들을 위한 복지를 강화하는 추세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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