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머리맡에 있는데
韓 느긋… 日 전문가 놀라
美와 핵보유 협상 나서야
韓 느긋… 日 전문가 놀라
美와 핵보유 협상 나서야

우리는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세히 몰랐기 때문에 침략을 받은 적도 있고, 식민지배를 당한 참혹한 역사가 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과 대항해의 시대가 열리면서 동양은 서양의 침탈에 가까운 영향을 받았는데 중국, 일본, 한국 중에서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근대화된 문명을 받아들였다. 항해의 시대가 밀려들기 시작한 당시에 일본과 한국은 똑같이 쇄국정책을 폈지만, 한국은 완전쇄국이었지만 일본은 나가사키 앞바다의 출도(데지마)라는 섬은 개방하여 서양의 문물을 수용하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도 나가사키에 가면 그 당시 건립되었던 네덜란드 건물을 볼 수 있다. 네덜란드는 한자로 화란이라고도 하는데 마지막 글자인 란을 따서 란학, 즉 란가쿠라 하여 네덜란드의 학문으로 불리며 학문의 한 장르로 자리 잡으며 일본은 서양의 문명과 동향을 공부했다.
중국은 서양 해양세력의 침공에 패배하면서 아편전쟁의 아픔까지 겪는 어두운 역사를 써야 했다. 시진핑의 중국은 아편전쟁의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엄청난 속도로 해군력을 키우고,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미국에 맞서는 태평양군사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벗어나고 겨우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는데 북한의 침략으로 벌어진 한국전쟁으로 그야말로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는 극빈의 한국이 되고 미국의 원조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의 국익이 한국마저 공산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기조였기 때문에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되고 평화가 유지되면서 한국은 오로지 경제성장에 몰두하여 지금은 세계 10위 안팎의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이 지나온 근대사를 보면서 국제정치를 아는 일이 한국과 같은 나라에 얼마가 중요한가를 절감하게 된다. 만약에 미국이 공산주의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이유도 없고, 미국과 혈맹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 행운이 닥쳤던 것이다. 한국에 일어난 고통의 역사는 15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일본의 식민지배도 113년 전 시작되고 78년 전에 해방되고, 한국전쟁이 끝난 지도 70년밖에 안 되는 역사이다. 이 일들은 국제정치 전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 위에 두고 살고 있는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해야 하고, NATO 식으로 미국의 전술핵 B61을 배치하든가 아니면 핵무기 보유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할 만큼 북한의 핵은 통제불능이 되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전문가나 일반인들을 만나게 되면 북한의 핵이 머리맡에 있는데 핵무기 보유를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한국에 놀라고 있다며 일본이라면 벌써 핵무기 보유를 서둘렀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핵무기 보유로 북핵을 억지하는 일도 국제정치의 일임을 명심하여 미국과 핵외교를 펼쳐야 할 역사적 시간이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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