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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일본도 한국도 인구절벽으로 망한다

김경민 도쿄 특파원
김경민 도쿄 특파원
"종업원 부족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합니다."

일본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벽보를 붙인 음식점이 종종 보인다. 비단 영업시간 제한뿐일까. 미디어에서는 일본의 100년 기업들이 인력부족이나 대를 잇지 못해 결국 도산했다는 뉴스도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인력부족으로 도산한 일본 기업들은 상반기에만 110곳에 달했다. 이는 1년 전의 1.8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역대 최다 추세였다.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일하는 사람 수(7월 일본 취업자 6772만명)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그런데도 일손이 달리는 것은 한창 일할 나이인 25~44세 핵심노동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의 인구층은 2013년부터 약 10년간 오사카시 인구를 웃도는 290만명이 쪼그라들었다.

일본은 여성과 고령 취업자를 늘려 청년층의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려고 했으나 한계는 분명했다. 요즘 일본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외국인들이 꿰찬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의 인구감소는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10월 시점의 총인구는 1억2494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5만명이 줄었다. 여성이 생애 동안 낳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을 훨씬 밑돈다. 이런 속도면 2056년 1억명이 붕괴된다. 1950년 세계에서 다섯번째 규모였던 일본의 인구수는 현재 11위로 후퇴했다. 2050년에는 17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절벽에서 추락 중인 일본은 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일본조차도 저출산을 극복할 묘수는 없어 이것저것 다 해보는 분위기다. 여성, 노인의 취업환경 개선은 당연하고 외국인 이민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로봇협업과 디지털전환(DX) 자동화 시대에 발맞춰 보통 사람들도 1인 2역을 기본으로 하는 세상이 곧 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달 발표될 새로운 경제대책의 5대 축 중 하나로 '인구감소 극복을 위한 사회변혁'을 내걸기도 했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올해 한국의 출산율은 2·4분기 0.7명까지 낮아지면서 연간 0.6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15년간 한국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300조원 넘는 예산을 쏟았지만 정책은 실패했다. 젊은이들은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을, 기성세대는 '라떼'(나 때는)를 반복하며 사회는 분열됐다. 그사이 생긴 인구공백은 30년 뒤 우리 경제를 침몰시킬 폭탄(한국개발연구원 2050년 한국 성장률 0.5% 전망)이 됐다.


20세기 후반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 21세기 한국의 인구감소는 '한강의 쇼크'라는 예고된 악몽이다. 맷집 약한 한국 경제가 버텨낼 수 있는 근본대책이 절실하다.

김경민 도쿄 특파원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