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신호 시스템에 맞춰 열차가 정상 작동하도록 하는 철도 연동장치의 노후도가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가철도공단과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연동장치와 전기연동장치, 기계연동장치 등 전체 연동장치 578역 중 10년인 내용연수(통상적인 사용에 감당할 수 있는 기간)를 넘은 장치는 모두 266역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동장치는 철도 시스템 상에서 신호 보안 장치를 상호 간 연동시켜 설정된 로직에 의해 운행되도록 하는 기기를 말한다. 한정된 선로에 최대한 많은 열차를 안전하고 빠르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설비의 오작동을 방지해 열차의 충돌이나 탈선 등 사고를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자연동장치의 경우 509역 중 223역이 내용연수 10년을 경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동장치와 같은 신호제어 장치의 중요성은 장치의 노후화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며 강조되고 있다.
올해 2월달엔 그리스 중부 테실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은 사고의 원인도 신호기 고장으로 꼽힌 바 있다. 또 인도에선 열차 3대가 충돌해 최소 20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켜 '최악의 열차 사고'로 기록된 사고에서도 기차역의 신호기 고장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연동장치 등 신호제어 장치의 장애와 이로 인한 사고 등이 잇따른 바 있다.
당장 올해 6월에는 경부2선 금천구청~안양간 궤도회로 장애 문제로 9대 열차가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각각 일산선 대화역 전자연동장치의 기능 불량으로 인한 열차 10대가 지연되거나 구간별 운행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고, 같은 해 8월 경부선 동대구역에선 전자연동장치의 장애로 KTX 12대가 지연돼 1578건의 지연보상비로 685만3600원이 소요되기도 했다.
이러한 장애의 원인으로는 모두 시설 노후화로 인한 불량이 꼽혀 노후된 장치를 교체하는 내용이 예방대책으로 담긴 바 있다.
더구나 지난해 전체 운행장애 건수는 129건으로 전년(140건) 대비 7.9% 감소했지만, 철도사고는 지난해 79건 발생해 전년(64건) 대비 23.4% 증가한데다 사상자도 지난해 68명으로 전년(41명) 대비 65.9%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운행장애가 탈선사고 등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노후화 개선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철도건설법 제24조(철도시설의 유지관리 기본계획의 수립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철도시설이 안전하게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철도시설의 유지관리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용연수가 지나거나 임박한 시설에 대해 개량 예산을 편성토록 돼 있다.
이를 위해 철도건설법 제33조(철도시설의 성능평가)에 의거해 교체 또는 유지·보수할 시설 등에 대한 성능평가를 실시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의 시행완료일이 올해 12월 말로 다가왔는데도 이를 대비해야할 철도시설관리자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올해 말로 설정된 기한을 맞추기 어려워 시행령 특례기한 연장을 위한 개정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대식 의원은 "철도시설물의 내용연수 내구연한을 10년으로 정해둔 것은 철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철도시설 개량 예산 확보 및 노후개선 등의 노력을 통해 국민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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