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892자로 적은 이재명 영장 기각 사유..."백현동, 대북송금 다툼 여지 있어"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7 13:57

수정 2023.09.27 13:57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의 여파로 법조계와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후폭풍이 예상됐던 만큼, 영장심사 과정도 길었다. 판사도 이례적일 만큼 자세히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대납 의혹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27일 오전 2시23분께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 10시7분 영장심사가 시작된 지 16시간여만이다.

기각 사유를 살펴보면 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당시 적용한 이 대표의 혐의 3가지 중 ‘위증교사’를 제외한 ‘백현동 개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혐의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개발 의혹에 대해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긴 하나,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봤다.

검찰 측이 이번 영장심사에서 부각했던 증거인멸 우려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증거인멸 우려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구속 사유 중 하나다.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배경에는 이 대표가 정당 현직 대표라는 점과 다른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상황, 이 대표가 대북송금 의혹 핵심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에 개입했다고 단정할 자료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고려됐다.

종합적으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이 대표를 구속할 만한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유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이날 유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의 분량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간단한 첨언 정도였던 기존과 달리 892자의 분량을 통해 근거를 자세히 밝혔다. 피의자 심문 기간도 역대급으로 길었다. 이 대표가 영장심사를 마친 시각은 오후 7시24분로 9시간17분간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이는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래 2번째로 긴 기록이다. 8시간 40분이 걸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 기간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 10시간 6분이 걸렸다.

한편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대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음에도 구속을 피한 3번째 현역 의원이 됐다.

현행 헌법이 마련된 이후 국회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경우는 모두 11건에 불과하다.
이 중 구속을 면한 의원은 현영희(2012년)·하영제(2023년) 의원과 이 대표까지 3명뿐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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