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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 믿었다 '낭패'... 공급중단에 시장 혼란만 가중 [격차 좁히는 예대금리]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으려던 고객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창동역 인근 59㎡ 이상 아파트 매물 중에 6억원 미만을 찾기 어려운데 일반형이 종료되면서 다들 포기했다. 정부가 40조원 예산이 소진돼도 공급을 계속할 것처럼 말하더니 한순간에 중단하니 배신감을 느꼈다고들 한다." (서울 도봉구 공인중개사 A씨)
정부가 올해 초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중단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아파트 거래가격이 급락 조짐을 보이자 정부자금 약 40조원을 출자해 만든 정책대출 상품이다. 일시적 2주택자를 포함한 무주택자에게 최대 5억원을 4%대 초반 고정금리로 빌려준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건수는 지난해 말 5개월 연속 1000건 이하에 불과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후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건수는 3000여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거래 급증은 가계부채 증대로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과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이용문턱을 높였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6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은 중단했다. 소득 1억원·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한 우대형만 남겼다. 당국은 50년 주담대 상품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50년간의 소득이 명백하게 입증될 때만 제한적으로 빌릴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서울 외곽지역 및 경기도 주요 신도시에서 59㎡ 이상 6억원 이하의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 도봉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여름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액 40조원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으니 서둘러 계약하라고 조언했는데, 고객이 뉴스에서 '소진돼도 내년 1월까지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봤다며 연말로 계약을 미룬 결과 불발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사연과 질문이 쏟아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전세로 거주하는 집을 내놓고 주택을 구입하려 했던 B씨는 "계약금까지 걸었는데 낭패"라며 "금융당국이 예고도 없이 정책대출 상품 공급을 중단한다고 하니 금리가 더 높은 시중은행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왔다갔다 하니 혼란은 국민들이 겪게 된다"며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부작용을 예측해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금공은 지난 8일 기준 계획한 예산 39조6000억원의 집행률이 95.1%(37조6000억원)를 넘겼고, 제도 설계 초기 지원대상이었던 취약계층을 위한 우대형 상품 공급은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mj@fnnews.com 박문수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