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10월 중고차 판매 시작…대기업 진출 '눈탱이' 사라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9 13:09

수정 2023.10.04 16:22

작년 중고차 中企 적합업종 풀려
현대차, 완성차 첫 중고차 사업 진출
10월부터 본격 마케팅 시작
롯데 등 대기업도 사업 확장
불신 높은 중고차 시장
시장 활성화 계기 될 지 주목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 시장.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 시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가 오는 10월부터 중고차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국내 완성차 가운데 첫 사례다. 그동안 수입차와 달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규제에 가로 막혀 중고차 사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하면서 대기업들에게도 시장 진출의 문이 열렸고, 첫 번째 주자로 현대차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대기업 진출을 계기로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기준 거래대수가 380만대에 달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평가돼 왔다.

10월부터 중고차 판매 나서는 현대차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0월 중순부터 중고차 직접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현대차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중고차 사업과 관련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등의 내용을 추가하면서 상반기부터 시범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리가 치솟으면서 중고차 시장이 위축되자 사업 개시 시점을 하반기로 미루고 준비 작업에 더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는 중고차 고객 상담 등을 위한 신규 인력을 뽑고 경기도 용인 오토허브와 경남 양산 2개소에 '상품화·물류센터'를 만드는 등 시장 진출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중고차 시장 거래 규모는 380만대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신차 등록 168만대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고차 시장은 그동안 정보의 비대칭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 사례였다. 특히나 허위·미끼 매물 부문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매년 수 만대 이상의 신차를 파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국내 완성차는 시장 진출 기회는 생계형 적합업종의 장벽에 가로 막혀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대기업에게 중고차 시장 진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작년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를 비롯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그 첫 번째 주자로 현대차가 사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5년 10만㎞' 인증 중고차만 판매
현대차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중고차'를 내세우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 3월 주총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할 것"이라며 "잔존가치 제고를 통해 고객의 실부담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하는 인증 중고차 방식으로만 판매할 방침이다. 또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판매대수도 올해 5월 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전체 중고차의 2.9%로 제한한다. 내년 5월부터 1년간은 4.1%를 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기아의 경우에도 내년 4월까지 2.1%, 2025년 4월까지 2.9%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중고차는 신차 대리점에서 대차 물량을 중심으로 확보하고, 상품화 과정을 거쳐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인증중고차센터를 만들어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갖추고, 정밀진단 후에는 정비와 내외관 개선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중고차 통합 정보 포털도 새로 만든다.

소비자들은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병환씨(37·가명)는 "한정된 예산으로 신차와 중고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데, 품질과 가격이 투명해진다면 중고차 구매를 고려해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규모가 비교적 큰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 진출이 부정적인 중고차 시장의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영세 중고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협 받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경기 용인의 중고차매매단지 오토허브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경기 용인의 중고차매매단지 오토허브 모습. 사진=뉴시스

롯데 등 대기업도 중고차 확장
렌터카 사업부문을 가지고 있는 롯데도 중고차 사업을 확장 중이다. 롯데렌탈은 최근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마이카 세이브'를 내놨다. 장기렌터카로 반납된 중고차를 온라인 직접 계약 방식으로 렌탈·판매하는 사업이다. 장기렌터카의 경우 대부분 계약기간이 3~5년이어서 차량 연식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렌탈은 2025년까지 5만대의 중고차를 확보할 방침이다. SK렌터카도 중고차 렌탈 사업을 확장하는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 중에선 KG모빌리티가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KG모빌리티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면서 연내 사업 진출을 어렵게 됐다. 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KG모빌리티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KG모빌리티는 이르면 내년부터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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