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 580주년 맞아 "시로 읽지 않고 노래로"

[파이낸셜뉴스] 정가 가수 제민이가 한글날인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명륜동 스페이스 움에서 한글창제 580주년을 기념해 '용비어천가 독창회'를 연다.
이번 독창회 반주는 피아노와 기타다. 관객이 국악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래는 국악이지만 반주는 서양 악기를 선택했다.
정가 가수 제민이는 부산대학교 국악과에서 전통 가곡을 전공하고 국가 무형문화재 가곡 이수 과정을 수료했다. 2016년 전통 가곡 독창회와 2022년 고려가요 독창회를 열었다.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년)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그로부터 4년 뒤 1447년(세종 27년) 용비어천가를 간행했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이 건국돼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왕실의 업적을 읊은 한문과 국문(훈민정음)의 125장 장편 시다. 훈민정음으로 기록한 최초의 글이기도 하다.
용비어천가는 단순히 시가 아니라 노래 가사다. 처음부터 세종은 용비어천가를 노래로 부르기 위해 만들었다.
용비어천가는 세종 당대부터 '봉래의'라는 가무악 작품으로 구성돼 공연됐다.
봉래의에서 용비어천가를 노래 부르는 곳은 세 군데다.
여민락은 용비어천가 한문시를 1장부터 4장까지 그리고 125장. 치화평은 용비어천가 국문시를 1장부터 16장까지 그리고 125장, 취풍형은 용비어천가 국문시를 1장부터 8장까지, 그리고 125장을 각각 노래 부른다. 여민락은 장중하고, 치화평은 우아하고, 취풍형은 쾌활하다.
이번 공연에서 제민이는 여민락 전체, 치화평은 1장에서 4장, 7장, 125장을 연주하며, 취풍형은 부르지 않는다.
전통 가곡은 조선의 사대부가 즐겨 부르던 성악인데, 남창 25곡과 여창 16곡이 전승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창 가곡 편삭대엽에 원래 가사 대신 용비어천가 7장의 가사를 붙여 부르는 노래가 두봉 이병성(1909~1960)의 악보집에서 발견됐다.
제민이는 동래 초등학교 정가반 학생 5명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른다.
아울러 훈민정음 어제서를 편삭대엽 악곡에 올려 제민이는 정가반 학생들과 같이 부른다.
지난해 12월 제민이는 고려가요를 복원해 독창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시리, 청산별곡, 소월의 먼후일을 가사로 붙인 서경별곡을 학생들과 함께 부른다.
용비어천가의 악보는 세종실록에 실려 있다. '세종실록' 권136에서 권146까지 11권에 걸쳐 악보가 수록되어 있는데, 보통 이것을 '세종실록악보'라고 부른다.
세종실록 악보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악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정간보로 표기한 최초의 악보집이다.
최근까지 용비어천가는 악보만 남아있을 뿐 어떻게 노래 부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용비어천가 음악은 전승이 단절됐던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13년 문숙희 교수가 용비어천가 리듬을 해석해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을 복원했다. 그러나 문교수의 박자 해석은 정간보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 제민이는 세종실록 악보에 충실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악곡의 리듬 구조를 해석했다.
정가 가수 제민이는 "이제 약 600년 전 세종대왕이 궁궐 연향에서 듣던 그대로 용비어천가를 부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학교 음악 교과서에 용비어천가가 실려 국민 모두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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