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형 집행은 흉악범죄 막는 효과" "인권 직결돼 신중해야" [입장 들어봤습니다]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3 18:00

수정 2023.10.03 18:00

사형제 존폐논란 재점화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
2016년 이후로 확정 판결 없어
서현역 칼부림 등 흉흉한 사회에 "사형제 유지해야" 목소리 커져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전화방, 출장마사지 여성을 연쇄살인 암매장한 유영철씨가 지난 2004년 7월 18일 오전 사체를 암매장한 서울 봉원사 인근 안산계곡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전화방, 출장마사지 여성을 연쇄살인 암매장한 유영철씨가 지난 2004년 7월 18일 오전 사체를 암매장한 서울 봉원사 인근 안산계곡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층간누수 문제로 다투던 이웃 7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모씨가 지난 6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층간누수 문제로 다투던 이웃 7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모씨가 지난 6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사형제도가 다시 존폐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은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지난 1997년 12월 이후 집행된 적이 없다.
사형 확정판결 역시 지난 2016년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등과 같은 연쇄살인범은 사형이 확정됐으나 집행되지 않아 아직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최근엔 사형 집행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신림역·서현역에서 연속해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등 연이은 강력 범죄에 '사형제도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도 사형 집행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연쇄살인범' 사형수들을 사형 시설이 있는 서울 구치소로 이감시키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3번째로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기도 하다. 헌재는 지난 1996년과 2010년에 모두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엇갈리고 있었다.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시민들은 흉기난동 연이은 강력사건에 대한 처벌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형제도는 '생명권'에 관한 제도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사형을 다시 집행할 경우 국제적으로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형 폐지되면 강력범죄 증가 우려"

3일 만난 시민들은 연이은 강력범죄에 대한 대안 차원에서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직장인 한모씨(35)는 "살인 등 흉악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이 가능하다는 신호 차원에서라도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회가 흉흉한데 사형제가 폐지되면 범죄자들이 범죄를 더 자주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구에 거주하는 최모씨(47)도 "사형제가 사실상 폐지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강력범죄가 더 늘어난 느낌이다. 이제 사형을 다시 집행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부활시키기 어렵고 반대로 집행하면 다시 폐지가 어렵다. 신중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컸다. 이런 비용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직장인 류모씨(29)는 "유족이라면 범죄자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릴 것"이라며 "범죄자에게 무의미한 세금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직장인 고모씨(35)는 "세금으로 흉악 범죄자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누군가의 목숨을 다른 누군가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세금으로 밥 먹여주는 건 더 싫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조모씨(30)도 "판단이나 공정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경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악질 범죄에 한해서 사형을 시행해야 한다"며 "무기징역 등에 쓰이는 세금이 아깝다"고 봤다.

다만 사형 집행에는 반대하지만 법적으로 사형제도는 유지하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 상태를 지지하는 의견도 많았다.

직장인 유모씨(34)는 "당분간은 사형제를 유지하되 집행은 하지 않는 현재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며 "종신형이 사형제보다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범죄가 늘어나는 현시점에서 국민 감정상 사형제 폐지는 반발만 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범죄는 범죄자 개인의 잘못인 동시에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면 장기적으로 기본권을 빼앗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기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인권 생각하면 사형제도 폐지해야"

사형 집행이 시대를 역행한다는 인식도 많았다. 사형을 다시 집행한다고 범죄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 중인 학생 정모씨(25)는 "인권을 생각할 때 사형제도 폐지가 맞다.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사형이 범죄 감소로 이어진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도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수년이 지나면 다시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이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대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양모씨(26)는 "사형 집행은 세계적인 추세와 거꾸로 가는 일"이라며 "사형 집행을 부활하려면 무언가 기대하는 정책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사형이 부활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예방효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인명을 빼앗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형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학생 노모씨(27)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사형 판결을 내리는 판사 역시 잘못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만일 사형을 집행했는데 나중에 재심 등이 이뤄지면서 무죄를 받게 되면 뒤집을 수 없다. 실제 피해자가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 등의 이유를 떠나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이들을 노동력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회사원 최모씨(30)는 "사형수들도 노동력이라고 생각하면 이들을 활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산 시대에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형수란 한명의 노동력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농번기에 군인들이 농사일을 돕듯 사형수들을 노동력이 필요한 현장에 곳곳에 배치하면서 노역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김동규 노유정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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