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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줄도산 위기에 기촉법 연장 나 몰라 안 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3 18:05

수정 2023.10.03 18:05

워크아웃법 일몰 눈앞
부도막을 재입법 필요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 줄도산'을 막을 제도적 보완장치가 무방비 상태다. 재무구조개선 작업(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 위기에 처해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5년 한시법인 기촉법은 오는 10월 15일 일몰된다. 관련 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촌각을 다투는 법안에 대해 국회가 왜 이토록 늑장을 부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 9.2%에서 지난해 말 17.5%로 2배 늘었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한계기업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무너지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예측이 곳곳에서 제기되는데도 완충장치인 기촉법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제도는 기촉법과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양대 축이다. 기촉법이 폐지되면 법정관리만 남는다. 기촉법이나 법정관리나 각각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제도가 지금까지 상호보완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작동해왔다. 법정관리는 공평한 손실부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수주계약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회생 의지가 있어도 불리한 게임을 해야 한다. 법정관리의 효과도 기대 이하다. 법정관리 기업은 절차가 종결된 뒤 폐업하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 회생하더라도 채무를 갚는 기간이 보통 10년이나 걸린다.

기촉법은 절차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서 낙인효과를 피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비해 졸업 후 정상영업하는 기업 수가 훨씬 많다. 정상화 기간도 평균 3년6개월로 짧다. 다만 기촉법을 둘러싼 논쟁 중 하나는 변제의 공정성 문제다. 기촉법을 통하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만기연장과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 회사를 되살려 돈을 돌려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채권자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위기를 맞아 기촉법의 필요성에 소홀한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최선안이 없는 가운데 기촉법은 그 나름대로 우리나라 구조조정 시장의 중요 축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망할 기업은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옥석 가리기'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기촉법의 취지와 별개다. 기촉법은 경쟁력이 도태돼 스스로 이자도 지급할 수 없는 좀비기업을 살리자는 법이 아니다. 회생능력이 있는데도 외부환경 탓에 도산 위기를 맞은 기업을 지원하자는 게 취지다. 무작정 기촉법마저 없앤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긴 안목에서 현행 구조조정 제도를 전면 손질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촉법을 없애고 법정관리로 구조조정을 일원화하자는 주장이다. 제3의 기업구조조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궁여지책으로 기촉법 연장이 불발되면 금융권 자율협약을 가동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제안은 한가할 때나 나올 만한 대안들이다.

일단 신속한 재입법으로 기촉법을 연장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장기적으로 필요한 제도를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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