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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야당은 대법원장 임명동의를 정쟁거리 삼지 말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3 18:05

수정 2023.10.03 18:05

기약 없는 사법부 수장 공백
사법불편 최소화는 국민명령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지연으로 30년 만에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맞이한 대법원이 25일부터 기약 없는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지연으로 30년 만에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맞이한 대법원이 25일부터 기약 없는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사법부 수장 공백이 4일로 열흘째를 맞는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했으나 다음 날로 예정됐던 국회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현실화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6일 본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키로 잠정 합의한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공백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엿보인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여당의 입장과는 달리 야당은 국회 표결 처리를 통해 가부를 결정짓는 게 필요하므로 가장 빠른 시일을 신속하게 잡았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에서 여당의 '적격' 의견과 야당의 '부적격' 의견으로 갈라졌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과정에서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고, 이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연말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 열쇠를 쥔 야당 내에서 '이균용 불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앞으로 두 달 이상 장기간 대법원장 부재로 사법부 전체의 혼란이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

추석 연휴 기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뜬금없는 제안'이라며 여야 대표 회담에 먼저 응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회담 수용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야당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와 연계 처리할 카드를 던졌으나 정부·여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여야 대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당이 비쟁점법안 90여건과 더불어 처리할 예정인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 쟁점법안도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신원식 국방, 유인촌 문화체육관광,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 및 인사청문회를 두고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야당은 인사검증을 맡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는 형편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영장 기각 이후 정국의 전개 양상은 산 넘어 산이다. 대법원장과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국정감사와 맞물려 불협화음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 처리는 여당의 필리버스터와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 행사로 극한대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총선 전까지 이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판이다. 추석 연휴 밥상머리에 앉은 국민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 민생은 외면하는 정치권에 옐로카드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특히 야당은 후임 대법원장에 대한 조속한 임명절차를 통해 재판 지연 등 국민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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