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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 논란에 주춤했던 근로시간 개편…이달 중 설문 결과 공개 검토

뉴스1

입력 2023.10.04 06:01

수정 2023.10.04 09:49

3월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근로시간 개편 점검 관련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2023.3.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3월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근로시간 개편 점검 관련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2023.3.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3월20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노동시간 개악 안 폐기투쟁 발표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한 켠에 민주노총이 조사한 주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찬반 스티커가 붙어있다. 2023.3.2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3월20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노동시간 개악 안 폐기투쟁 발표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한 켠에 민주노총이 조사한 주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찬반 스티커가 붙어있다. 2023.3.2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과제로 내세운 '주52시간' 근무제도 개편안을 언제 공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월 처음 공개한 개편안이 '주69시간' 프레임에 갇혀 각종 논란에 휩싸인 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수정·보완 작업을 지시한 터라 다시 내놓을 수정안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국민 실생활과 관련한 예민한 이슈인 탓에 내년 총선 전까지 수정안 공개가 가능하겠냐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고용부는 정치일정과는 무관하게 개혁과제를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4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진행해 온 대국민 설문조사를 지난 8월 마무리하고, 현재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편방향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다.

수정안 마련·공개 전, 고용부는 이달 중 설문조사 결과만이라도 우선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조사는 지난 3월 처음 발표한 개편안과 관련해 '주69시간'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여론수렴이 부족했다'며 주무부처인 고용부에 수정·보완을 지시하면서 추진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주 최대 69시간' 근무에 대한 지적과 개선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처음 내놓은 개편안에서는 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사업체마다 탄력적으로 주 52시간을 넘겨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핵심이었는데, 다른 주에는 짧게 일하더라도 특정 주에는 지나치게 길게 일해 과로사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적어도 하루 근무하면 다음 날까지 11시간은 연속으로 휴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루 24시간 중 회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13시간(24시간-11시간)인 셈이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줘야 하니, 하루 근로시간은 13시간에서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뺀 11시간30분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특정한 주에 가능한 최장 노동시간은 69시간(11시간30분×6일)이 된다.

이는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일주일에서 월‧분기(3개월)·반기(6개월)·연 '평균'단위로 넓힘으로써 가능해진다.

현재는 특별한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한, 일주일에 52시간 넘게 일을 시키면 불법이다. 이 같은 관리단위를 유연화해서, 일이 많은 주에는 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정부가 처음 내놓은 개편안의 핵심이다. 일이 적은 주에는 52시간보다 덜 일할 수 있으니 근로시간 총량은 바뀌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특정 주에 일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근로자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새로 내놓을 수정안에서는 이에 대한 더욱 근본적이면서 실효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지난 1일 발간한 '노동N이슈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개편안의 문제점 진단' 보고서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선 근로시간 총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기우 연구조정실장은 "프랑스도 이와 비슷하게 연장근로시간을 분기·연 단위로 산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연장근로시간의 총량뿐 아니라 1일·분기·연 단위의 근로시간 한도와 총량까지 정하고 있다"며 "특히 연장근로시간 산정기준을 확대할수록 총량을 대폭 줄이는 게 특징이다. 법정 근로시간은 한국이 1주 40시간, 프랑스가 1주 35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편안은 1일 최대 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지 않은데, 프랑스는 예외를 정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1일 1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정부가 처음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애초 내년 총선 전까지 개혁을 완수하려 했던 정부의 구상에는 차질이 생겼다. 일각에는 내년 4월 총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아예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정치일정과는 무관한 개혁 추진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조만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올해 하반기까지 수정안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나 "빠른 시일 내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노사가 개편이 필요하다고 하는 방향에 대해 제도개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 역시 지난달 18일 중견기업 CEO 오찬 강연회에 참석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의 핵심인 '노동 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근로시간·임금 체계 개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노동 시장 이중 구조 개선, 중대재해 감축, 노사 법치주의 확립 등 다양한 고용·노동 현안을 전방위적으로 살펴 민간의 활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거듭 노동개혁 완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