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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당 불허' 정당법 조항…헌재 4대5 간신히 '합헌'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4 07:49

수정 2023.10.04 07:49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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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국 규모의 구성과 조직을 정당 성립 요건으로 둔 현행 정당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 결정 정족수인 6명은 이르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재판관 5명이 위헌 결정을 내 간신히 효력이 유지됐다.

헌재는 정당법 4조, 17조, 18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직접행동영등포당·과천시민정치당·은평민들레당과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 낸 헌법소원, 사회변혁노동자당 측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병합한 선고다.

심판대상 조항인 정당법은 정당은 수도 소재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하며,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만약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같은 정당법은 하나의 지역에만 소재하거나 소수 정당의 정당 등록을 막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청구인들은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초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정당등록을 신청했지만, 정당법에 따라 일정 규모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일정한 규모를 갖춘 조직의 확보를 전제로 하는 정당등록제도를 통해 지역정당과 군소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전국정당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심판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됐다.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문형배·정정미 재판관은 "거대 양당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전국정당 조항은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이 정치영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다"며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배제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영·이미선 재판관 역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라는 정당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국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헌법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며 "정당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별개의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전국정당조항은 정당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의 구성과 조직을 갖춰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 있게 집약·결집해 국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 정당에게 부여된 기능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 풍토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특히 문제시되고 있다"며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현실과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정당의 수에 비추어 보면, 전국정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당법상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정당법 4조 1항과 41조 1항도 심판대에 올랐으나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또 시·도당의 최소 당원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한 정당법 18조에 대해서는 재판관 7대 2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정당의 자유 자체를 처음부터 전면 부정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위헌 의견을 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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