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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군함 건조 지시에 南조선사 해킹"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5 06:00

수정 2023.10.05 15:38

-국정원, 北 해킹 조직 주요 조선사 공격 시도 여러 차례 포착
-北 해킹 조직 8~9월 주요 조선사 공격 시도 포착
-IT업체 PC로 우회 침투…피싱 메일로 악성코드 설치
-전문가, 북 핵무력 이어 재래식 해군 전력 균형화 시도
-'업체보안이 곧 국가안보' 北 해킹시도 와해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사진은 이날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전경. 'DSME 대우조선해양' 글귀가 지워진 골리앗 크레인이 보인다. 사진=뉴스1
사진은 이날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전경. 'DSME 대우조선해양' 글귀가 지워진 골리앗 크레인이 보인다. 사진=뉴스1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이 해군 군사력 강화를 위해 국내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해킹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8∼9월 북한의 해킹 조직이 국내 주요 조선사에 공격을 시도한 사례를 여러 건 포착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해 해군함정 기술정보 취득에 나선 것은 사이버 머니 갈취 등을 넘어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군사력 현대화를 시도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첨단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어 조선사가 해킹되면 한국해군의 기술 우위에 심대한 도전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보안점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요 조선 업체, 선박 부품 제조업체 등 북한의 해킹 공세 지속

4일 국정원 등에 따르면, 북한 해킹 조직은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체의 PC를 점거·우회 침투하거나 내부 직원을 상대로 피싱 메일을 유포한 뒤 악성코드를 설치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북한 해킹조직들이 우리 조선 업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김정은의 중대형 군함 건조 지시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기계연합기업소와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해군 무력 강화와 선박 공업 발전을 중요 노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정원은 앞으로도 주요 조선 업체와 선박 부품 제조업체 등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해킹을 시도한 업체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보안 대책을 지원하는 한편, 북한의 해킹 공격이 예상되는 업체들에도 자체적인 보안 점검을 요청했다.

아울러 조선업체들에 업무망·인터넷망 분리, 유지보수업체·고객사 간 원격 접속용 프로그램 문제점 점검, 불분명한 이메일·웹사이트 열람 금지 등의 보안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북 핵무력 완성(?) 이어 재래식 해군 전력 균형화 시도 의도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해킹을 통해서라도 중·대형함 함정 건조에 나서는 것은 핵무력 완성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압도라는 여건조성을 완료한 후 이제는 재래식 군사력 균형에도 나서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국과의 재래식 군사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군사적 의도가 포함된 전형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6차례의 핵실험 등을 통해 이미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이 그다음 단계로 해군력 강화에 나서 재래식 군사력도 균형화하겠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반 센터장은 이어 "다층적 군사위협에 노출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며 "신형함정 건조 의도는 재래식 군사력을 활용한 도발, 즉 국지도발과 전면전 도발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우려되는 점은 중·대형함 확보를 통해 해상전장에서도 핵무기를 자유롭게 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속내도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은 해군이 전술핵무기 운용의 핵심부대라고 규정한 바 있고 신형 호위함에서 자칭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반 센터장은 이런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북한은 해군함정에서 핵무기를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중·대형함 함정 확보 시도는 국지도발, 재래식 전면전 도발, 핵도발을 모두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점을 간파해 업체보안이 곧 국가안보라는 생각으로 북한의 해킹시도를 와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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