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민주에 배신당한 매카시 "예산 합의 후회 없어… 재출마 안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4 18:08

수정 2023.10.04 19:39

예산안 손잡았던 민주당 등돌려
공화 강경파 8명도 해임안 찬성
내달 17일 셧다운 리스크 재점화
국방수권법 처리까지 난항 예고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3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매카시 의장은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미국 의회 234년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 임기 중에 해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3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매카시 의장은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미국 의회 234년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 임기 중에 해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34년 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에 하원의장이 해임됐다. 불명예를 안게 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캘리포니아주)은 다음 의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쳐낸 공화당 강경파가 사적인 이유로 해임 투표를 주도했다며 자신의 임기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임안 가결, 매카시 "후회 없어"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매카시는 3일(이하 현지시간) 해임안 가결 이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미 하원은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표결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에서는 의원 212명 중 표결에 참여한 208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매카시가 소속된 공화당에서는 의원 221명 중 218명이 표결에 참여해 강경파 8명이 찬성표를 냈다.

미 정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권력 순위 3위인 하원의장이 임기 중에 해임된 것은 미 역사상 이번이 최초다.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매카시가 지난 9월 30일 민주당과 결탁해 임시 예산안 통과를 허용했다며 2일 하원에 매카시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매카시는 3일 기자들에게 "의장직을 떠난다"며 "재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의 랄프 노먼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매카시가 동료 의원들에게 "그저 의장직을 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케빈 헌 하원의원(오클라호마주)은 "그는 하원의장이 되기 위해 민주당과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매카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원의장이 되어 영광이었다"며 "불평 대신에 정부 운영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내 책임이자 일이었으며 협상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카시는 "미 정부는 타협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연합을 만들고 해법을 찾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기 위해 일어섰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2024년도 회계연도 예산안을 놓고 극단 대립중인 미 여야는 2023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예산안으로 다투다 결국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 매카시는 11월 17일까지 미 정부의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제시했으며 바이든과 민주당이 요구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잘라냈다. 다만 공화당 강경파가 요구했던 대규모 예산 삭감 및 밀입국 단속 강화 정책은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게이츠를 비롯한 강경파는 매카시 축출에 나섰다.

■차기 의장 선출 파행시 정부 부담↑

공화당 내부에서 비교적 중도에 가깝다고 불리던 매카시는 지난 1월 선출될 당시에도 강경파의 방해 때문에 15차례의 투표 끝에 겨우 의장직에 올랐다. 그는 강경파의 눈치를 보느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개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민주당 측에서는 매카시가 비록 예산 합의를 주도하기는 했지만 그를 신뢰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 해임안 표결에서 매카시를 구하지 않았다.

매카시는 3일 회견에서 "모두가 게이츠를 알고 있다. 이게 사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 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예산 지출과 상관이 없다. 이건 전부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의 해임에 따라 일단 공화당의 패트릭 맥헨리 금융위원장(노스캐롤라이나주)이 임시 하원의장으로 지명되었다. 공화당 밥 굿 하원의원(버지니아주)은 CNN을 통해 하원이 일단 다음주까지 휴회할 예정이며 오는 10일 밤에 하원의장 선거를 위한 회의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일에 하원의장 선거가 가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공화당에는 매카시가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뚜렷한 하원의장 후보가 없다.

공화당 온건파 진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르는 소수의 강경파가 당론을 좌우한다며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임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의 젠 키건스 하원의원(버지니아주)은 "우리가 한 모든 좋은 일들이 소수에 의해 탈선할 수 있다"면서 "매우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하원의장 선출이 파행을 반복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국정 운영은 크게 위험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임시 예산안이 만료되는 11월 17일까지 내년도 공식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하면 정부 업무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이른바 '셧다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 미국의 국방 정책·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 처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공화당 강경파는 2024년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달러(약 1997조원)로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예산안 처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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