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의 힙플을 찾아서… 中 MZ 관광객은 '성수동' 간다 [현장르포]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4 18:36

수정 2023.10.04 18:36

코로나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
단체관광보다 자유 여행객 많아
숙소는 명동에 잡고 성수서 쇼핑
한때 잘나갔던 신촌·이대는 한산
4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추석과 개천절 연휴가 지나간 이튿날이었으나 외국인 관광객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4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추석과 개천절 연휴가 지나간 이튿날이었으나 외국인 관광객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추석과 개천절이 지나간 4일 낮 12시. 서울 내 여러 관광지는 사람들로 붐볐다. 중국의 중추절·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지역별 온도차는 컸다. 새로운 '힙플레이스' 떠오른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과거 중국인들의 주요 관광지 이름을 날렸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신촌 등의 경우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다.

■ 성수는 황금연휴 맞아 '성수기'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성동구의 외국인 방문자는 지난 2019년 61만3464명, 2020년 9만5557명, 2021년 7만9077명, 2022년 22만1909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직후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2배 이상 늘어난 모습이다.

성동구를 찾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주목하는 지역은 성수동이다. 특히 과거처럼 깃발을 앞세우고 단체로 움직이는 '유커(단체 관광객)'보다는 개별적으로 여행을 오는 '싼커(자유 여행객)'가 많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박모씨(40)는 "코로나19 전 성수동을 찾는 사람은 20~30대 한국인이었는데 최근 거리를 다니면 중국어나 일본어가 많이 들린다"며 "아침 일찍 성수동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내국인들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수동을 알게 됐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 리씨(29)는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성수가 유명해서 왔다"며 "명동, 신촌보다 성수가 더 젊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10년 전 한국을 여행할 때는 패키지로 가족들과 같이 왔지만 이제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남자친구와 단둘이 왔다"면서 "예쁜 건물들도 보고 쇼핑을 잔뜩 하고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이 한국 여행 3회차라는 대만 관광객 도나 웡씨(43)는 "위치 때문에 숙소는 명동에 잡았지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도 많고 대형 브랜드만 모여 있어 특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에 성수동에서 영업 중인 상점들도 바빠졌다.

지난 8월 초부터 인근 소품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이모씨(27)는 "명절 연휴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체감상 평시에 비해 2배는 돼서 정신이 없었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은 일단 오면 물건을 많이 사가는 큰손이기 때문에 매상도 크게 오르는 편"이라고 전했다.

■ 명절 특수 뚝 끊긴 '이대·신촌'

코로나19 이전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던 특수를 누렸던 이대·신촌 상권의 최근 분위기는 위축돼 보였다.

이날 신촌기차역에서 이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메인 거리 1층 상가는 절반 이상이 '임대' 간판이 붙어있었다. 과거 옷가게 수십곳이 거리를 형성했던 골목 안쪽은 3개 상점만 명맥을 유지 중이었다.

이대 옷가게 거리에서 30년 넘게 장사하고 있는 40대 송모씨는 "명절에도 계속 문을 열었는데 쇼핑하러 나온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도 거의 없었다"며 "그나마 남은 가게도 문을 닫을 것 같고 우리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송씨 가게 옆 상점은 '점포정리', '세일' 표시를 큼지막하게 붙여두고 있었다. 20년 동안 이대에서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50대 최모씨도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90%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는데, 코로나19로 관광이 막히면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장들이 문을 닫아 공실이 많아졌다"며 "외지인들이 빈 건물을 매수해 오피스텔, 원룸을 지으면서 상권 자체가 변했다"고 말했다.

골목 한편에서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볼 수 있었다.
서대문구와 공실에 저렴한 월세로 자리잡은 벤처기업들은 '이화 52번가는 변화 중'이라는 제목의 전시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상인들의 의견이다.
송씨는 "대형 쇼핑몰 등 연이어 시도한 상권 살리기 사업이 실패해 이런 노력으로 나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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