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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증사채 238조 3년 내 만기… 기업들 '차환 공포'에 떤다 ['美 국채 쇼크' 금융시장 안갯속]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4 18:49

수정 2023.10.04 18:49

美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
韓 국고채 금리 연중 최고치
조달비용 늘며 유동성 경색
기업들 현금확보 고민 커져
무보증사채 238조 3년 내 만기… 기업들 '차환 공포'에 떤다 ['美 국채 쇼크' 금융시장 안갯속]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8%를 넘어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채권 차환 리스크가 '공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국채시장과 강한 동조화를 보이는 만큼 국내 채권 금리도 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잔액의 80%가 3년 이내 만기를 맞는다는 점에서 기업은 물론 연계된 금융권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무보증사채 잔액 375조원

4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무보증사채 잔액(9월 말 기준)은 375조144억원으로, 이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237조9477억원은 3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올해 말 무보증사채 만기 도래분은 77조7137억원에 이른다. 내년 말 87조963억원, 2025년 73조1377억원, 2026년 61조9459억원이 차례로 만기를 맞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현금 확보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단기물 시장에 대한 우려는 더 큰 형편이다. 기업어음 잔액은 9월 말 기준 195조3562억원으로, 이 가운데 80%(157조8799억원)는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온다. 전자단기사채의 잔액은 67조3711억원으로 대부분 6개월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이 얼어붙은 터라 단기 유동화증권의 차환 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미국 10년물 금리, 연 5% 넘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일(현지시간) 연 4.81%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의 금리 급등은 양호한 경제지표로 인한 골디락스 전망 확산, 연준 인사들의 매파성 발언 지속,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를 이연시킨 45일짜리 임시예산안 통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관들이 의미 있게 봤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3% 이전 고점이 깨진 이후 4.5%에서 상단 지지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단숨에 지지선이 무너졌다"면서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일부 채권 비관론자들이 언급한 '5%대까지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인식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조달비용 뜀박질+차환리스크 공포

국내 국고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와 강한 동조화를 이루는 만큼 국내 크레딧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국내 기업들이 은행 대출은 물론 시장성 조달에 해당하는 채권발행을 이어갈 경우 이자비용은 불과 2년 새 껑충 뛰어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이날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1년물을 제외하고 모두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2.4bp(1bp=0.001%p) 오른 4.108%로 마감했다. 1년물과 5년물도 각각 9.6bp, 26.1bp 오른 연 3.757%, 연 4.20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은 32.1bp 상승한 연 4.351%에 마감했다. 이 외 20년물, 30년물, 50년물도 일제히 30bp 이상 상승 마감했다.

'우량채 선호, 비우량채 외면'의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회사채 차환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한도를 없애기로 한 점은 크레딧 시장에 악재를 더한 셈이다. 은행권이 지난해 말 고금리로 끌어모은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자금수요가 커지자 발행한도를 아예 풀기로 한 것이다.

은행채가 기관들의 자금을 흡수할 것이란 전망은 크레딧 시장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은행채로 유동성이 몰리면 상대적으로 크레딧 채권 가격의 가치는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은행채는 올해 8~9월 총 8조4594억원이 순발행된 반면 크레딧 시장은 같은 기간 상환이 발행보다 많은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자금이 넉넉해서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차환이 안 돼 빚을 갚는 불황형 상환이 계속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올해 만기를 맞는 은행채 규모는 219조7022억원(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146조원가량의 은행채 만기가 돌아온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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