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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마약범죄, 의료용부터 단속해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4 18:56

수정 2023.10.04 18:56

[강남시선] 마약범죄, 의료용부터 단속해야
전 세계적으로 마약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조폭, 연예인, 경찰관, 의사 등 각계각층에서 마약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마약청정국이라 자부했기에 더 충격적이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 보행자를 들이받은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이 발생했다.


마약은 해외 밀반입으로도 유통되지만 병원에서 취급하는 의료용 마약류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 반입된 마약은 적발된 것만 1억명 분량이다. 필로폰 등 밀반입 상위 7개 마약의 규모만 시가 약 3조원에 달한다.

의료용 마약도 범죄에 사용되고 있다. 롤스로이스 피의자의 경우 병원에서 케타민과 프로포폴 등을 처방받았다. 이 병원은 지난해 환자 300여명에게 프로포폴 2000건가량을 처방했고 올해 상반기 처방건수가 288건에 달했다.

의사들도 마약범죄에서 예외가 아니다. 자신에게 셀프 처방하는 의사도 급격히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최근 3년간 연도별 마약류의약품 셀프처방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의료용 마약류를 스스로 처방한 이력이 확인된 의사만 1만5505명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활동 의사 14만336명 중 11%를 차지한다. 심지어 사망자 명의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일도 있다. 최근 5년간 사망자 명의로 의료용 마약을 처방한 의사는 1218명, 처방건수는 3010건에 달했다.

이는 의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의사면허가 취소됐다가도 재교부할 수 있어서다. '최근 5년간 마약 관련 의료인 면허 재교부 현황'을 살펴보면 마약 상습 투약 등 이유로 의사면허가 취소됐다가 면허를 재교부받은 의사가 8명이었다. 면허 재교부 승인율은 29건 중 8건으로 27.5%나 됐다. 특히 마약사범은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9년 23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242명, 20대는 3541명에서 5804명으로 2263명, 30대는 4126명에서 4703명으로 577명 증가했다.

마약의 중독성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필로폰은 1회만 투여해도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이 평소보다 수천배 많이 분비되면서 빠르게 중독된다. 이 과정에서 뇌가 망가진다. 마약을 끊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마약사범 치료는 뒷전이다. 10~30대 중 마약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은 357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향후에도 중독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8월에는 국내 최대 마약 치료보호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이 폐원을 예고한 바 있다.
폐원 사유는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통해 병원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용 마약에 대해서라도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세우고 사전교육, 처벌,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벤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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