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업과 옛 신문광고

[기업과 옛 신문광고] 최초의 화장품 광고 모델들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5 18:35

수정 2023.10.05 18:35

[기업과 옛 신문광고] 최초의 화장품 광고 모델들
광고가 마케팅의 중심 수단으로 발전하면서 1950년대 말부터 연예인들이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55년 간장 병을 들고 샘표간장 광고에 나온 배우 주증녀가 최초의 연예인 광고 모델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도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무용가 최승희가 신문 광고에 모델로 등장한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화장품 매출에는 모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960년대부터 화장품 회사들 사이에서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고, 배우들의 몸값도 올라갔다.

태평양화학의 첫 여성 광고 모델은 배우 김보애(1937~2017)였다.
19세 때인 1956년 'ABC 화장품' 광고에 등장했고, '옥단춘'이라는 영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김보애는 달걀형의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화장품 모델로 적합했다. 1950년대에 미국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가 국내에 상륙했고, 한국 남성들은 피부가 흰 글래머 서양 여성을 동경하게 됐다. 한국의 메릴린 먼로라고 부를 만한 배우가 김보애였다. 김보애를 모델로 쓴 뒤 화장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알려진다.

김보애의 모습이 담긴 광고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게재한 매체는 확인이 안 된다. 붉은색이 들어 있는 흐릿한 인쇄로 보아 신문 광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문은 모두 흑백 인쇄였다. 김보애는 생전에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당시 태평양화학 회장의 눈에 띄어 모델로 나서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광고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것은 아니고 상반신만 나온다.

기사에서 알려진 'ABC 구리무'라는 표현은 없고 'ABC 비듬약, 크림, 포마드'라고 돼 있다. 제품 이름에 쓴 ABC의 뜻은 'Asian Beauty Creator'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하트 모양에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는 모습의 '아모레' 로고에도 ABC의 형상이 담겼다. 헤어크림과 포마드 등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화장품에서는 지금도 ABC라는 이름을 쓴다.

김진규와 결혼한 김보애는 희귀병으로 사망한 배우 김진아의 어머니이며, 동생 김보옥은 이덕화의 아내이기도 해 연예인 가족을 이뤘다. 김진규의 전처인 배우 이민자(1929~1986)도 1959년 태평양화학의 'ABC 분백분' 광고 모델이 된 적이 있다. 1961년부터는 태평양화학의 모델이 배우 전계현(1937~2019)으로 바뀌었다.
전계현은 새나라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광고 등 여러 편에 나왔다(동아일보 1962년 11월 13일자·사진).

화장품 광고 모델의 특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1970년대에는 윤정희, 문희, 한혜숙, 장미희 같은 당대 최고의 스타 배우들이 모델로 발탁됐고 이들은 누가 붙였는지 모르지만 '청순가련형'으로 불렸다.
1980년대에는 황신혜와 이미숙이 대세였는데 '컴퓨터형''서구형'이라고 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