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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의 대법원장 부결…사법부 수장 공백 장기화 전망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6 18:04

수정 2023.10.06 18:04

대법원장 공백에 전원합의체 운영·후임 대법관 인선 차질 불가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재석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시켰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체 의석 과반인 168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부결 당론을 채택하면서 임명동의안 통과가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간 이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해왔다. 이 후보자가 처가 회사의 비상장 주식 신고를 누락한 점과 성범죄 항소심에서 감형한 사례 등을 문제 삼았다.

이 후보자는 국회 표결에 앞서 "재산신고 누락에 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생각에서 가장 깨끗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처분하겠다"며 "대법원장으로 봉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청문 과정에서 나온 말을 모두 깊이 새기고,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낮은 자세로 봉사하고 헌신하겠다"고 몸을 낮췄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공백 사태도 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했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대법원장 공백은 1993년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사퇴한 이후 30년 만이다. 당시 김 전 대법원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고, 최재호 대법관이 2주간 권한대행을 맡은 바 있다.

임명동의안 부결로 대통령이 처음부터 다시 후보자 지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1~2개월가량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 수장 공백으로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대법관들 모두가 참여해 선고한다.

내년 1월 1일 안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후임 제청 절차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후임 인선이 지연될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3명의 대법관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안 권한대행은 지난달 25일 대법관회의 직후 법원 구성원들에게 "대법원장 궐위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곧 있게 될 대법관 임명을 위한 제청 절차의 진행이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해 법원의 기본 기능인 재판업무의 차질이나 사법 행정업무의 지장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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