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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빼고 다 파는 수도권 최대 산지 어시장[길위에 장이 선다]

주말 2만∼3만명 방문, 연간 수산물 8만여t 유통
취급 품목별로 7개 파트로 나눠져 첫 방문객도 찾기 쉬워
꽃게, 대하, 전어, 민어, 홍어가 제철, 신선한 수산물 저렴하게 판매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예전부터 흔히 찾는 곳이 인천 월미도와 연안부두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도 푸짐하게 먹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월미도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반면 연안부두는 젊은 층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오죽하면 ‘연안부두’ 노래까지 만들어졌겠는가.

연안부두는 지금이야 인천종합어시장과 수많은 맛집, 해수탕, 유람선, 제주·서해5도 운항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수도권 바다 낚시인들의 메카로 알려져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조성 당시에는 외진 항구였다. 연안부두 일대는 1960년대 후반 인천내항 조성 시 생긴 흙으로 매립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유래는 1902년 중구 신포동 신포국제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포국제시장은 1883년 인천이 개항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자 그 배후 시장으로 생긴 시장이다. 신포국제시장에는 채소시장과 어시장으로 대별되는 시장이 있었고 이 어시장이 1931년 월미도가 있는 북성동으로 옮겨갔다가 197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꽃게, 대하, 전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서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꽃게, 대하, 전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서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인천종합어시장의 역사를 신포국제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면 120년이 넘었고 현재의 위치에서만 보면 50년이 가까이 됐다.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33번길 37(항동 7가)에 1975년 12월 문을 연 인천종합어시장은 1만1500㎡의 부지에 연면적 7600㎡의 건물을 세워 사업협동조합 형태로 현재 50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냉동 수산물을 보관하는 점포를 제외한 실제 영업을 하는 점포는 350여 점포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안 인근 연안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시장이다. 조성 당시 동양 최대 어시장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산지시장이면서 전국으로 수산물을 유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유통시장 중 한 곳이다. 매년 8만여t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평일 3000∼5000명, 주말 2만∼3만명 정도가 시장을 방문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건어부와 젓갈부(젓갈부 첫째 화요일, 건어부 첫째·셋째 수요일 휴무)를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개장시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새벽 4시에서 오후 9시까지이다. 경매가 새벽 4시에 시작되고 경매에서 수산물을 받아 도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점포도 이때쯤 문을 연다.

상점마다 간판과 번호가 쓰여 있고 골목마다 비슷한 종류의 해산물이 모여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장을 보며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서해에서 잡아온 고등어와 삼치 등 신선한 수산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서해에서 잡아온 고등어와 삼치 등 신선한 수산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사진=한갑수 기자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사진=한갑수 기자

보리굴비와 민어, 우럭을 반건조한 수산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보리굴비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 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사진=한갑수 기자
보리굴비와 민어, 우럭을 반건조한 수산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보리굴비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 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사진=한갑수 기자
■수도권 산지어시장 신선한 수산물 유통
인천종합어시장은 취급 품목별로 7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선어도매·소매부에서는 신선한 수산물을, 활어부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건어부에서는 직접 말린 건어물을, 젓갈부에서는 토굴에서 숙성한 젓갈을, 패류부에서는 꽃게, 새우, 낙지, 조개류를, 냉동수산부에서는 냉동수산물을 공급한다.

400여종에 달하는 싱싱한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고래만 빼고 모든 수산물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전체 판매 중 도매가 30%를 차지한다.

요즘 어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수산물은 꽃게, 대하, 전어, 민어, 홍어이다. 꽃게는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4~5월과 10~11월에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꽃게는 11월이 돼야 알이 차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 봄에는 암꽃게가, 가을에는 숫꽃게가 인기가 많다.

인천시는 가을 꽃게철을 맞아 지난 7∼8일 인천종합어시장 앞에서 꽃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게 직거래 장터인 ‘꽃게 축제’를 개최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내 고등어·자반·오징어·삼치 도·소매 가게를 운영하는 김순화 순화상회 사장은 “당일 새벽에 경매 받아서 수산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싱싱하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꽃게, 대하, 전어, 민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는 손님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추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손님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듯 고등어, 자반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날 인천종합어시장에는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수산물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30% 돌려주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진행됐는데 대기줄이 100m 이상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환급을 받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6일에는 연휴 때보다 손님은 적었으나 꽃게, 대하, 전어, 병어를 사려는 사람들이 점포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 손님들의 수는 방류 이전인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경기 악화에 따라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상인들의 매출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직전에는 오히려 어시장 방문객들이 늘어나 상인들이 무슨 일인가하고 의아해 했단다. 알고 보니 ‘오염 처리수가 국내에 도달하기 전에 생선을 실컷 먹자’라는 이상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

그러나 현재는 오염 처리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객들이 줄어들지 않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낙정 대일회수산 사장은 “손님들은 많은데 씀씀이가 줄었다. 예전에는 5만 원짜리가 잘 팔렸다면 요즘은 이보다 작은 2만∼3만 원짜리 생선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김경자 철수상회 사장은 “이따금 원산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손님들이 구매량을 줄이는 게 문제”라며 아쉬워했다.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팔미도 유람선(사진 위쪽의 노란색 배)과 낚싯배가 정박해 있는 연안부두 선착장 전경. 사진=한갑수 기자
팔미도 유람선(사진 위쪽의 노란색 배)과 낚싯배가 정박해 있는 연안부두 선착장 전경. 사진=한갑수 기자
■원전 논란 불구 손님 예년 수준 유지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는 1만2000원∼2만원까지 팔리고 있었으며 암꽃게는 1㎏에 1만2000원, 숫꽃게는 1만1만5000원∼2만원에 판매됐다.

홍어와 민어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민어는 1㎏에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님 한명이 민어에 관심을 보이자 붙임성 좋은 점포 여주인이 재빠르게 5㎏짜리 민어 한 마리를 5000원을 깎아 12만원까지 주겠다고 흥정을 붙였다.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홍어는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반건조 수산물은 보리굴비 큰거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 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

염승경 둘째네 사장은 “처음에는 오염수 때문에 손님이 더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예년과 비슷한 것 같다. 오염 처리수 방류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방문 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면 된다. 전철 이용 시 동인천역에서 하차해 시내버스 12번(SK충전소 하차), 24번(연안부두어시장 하차), 36번(연안초등학교 하차)을 승차해서 오면 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이 노후화되고 비좁은데다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소음·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 및 주차장 확대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인천종합어시장은 틈틈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어시장 이전이다.

그나마 지붕 개량과 화장실 리모델링을 실시했으며 어시장 옆 기존 공영주차장 5420㎡ 부지에 4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주차타워를 건립해 오는 12월 초 운영을 시작한다. 현재 진행 중인 아케이드 사업도 이달 중 완료한다.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인천이 해양도시인만큼 바닷가에 어시장을 이전해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바다와 다양한 편의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어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미래 발전적인 어시장을 만들기 위해 17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어시장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부지와 비용이 없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한 ‘풍물의 거리’ 전경. 사진=한갑수 기자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한 ‘풍물의 거리’ 전경. 사진=한갑수 기자
■어시장 인근 먹거리·즐길거리 다양
지난 2006년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부지로 어시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대 이전 비용 부담을 놓고 인천시와 국방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최근에는 송도국제도시 내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한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 등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난개발을 우려하는 인천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조합은 인천항만공사가 매립 중인 연안부두 물양장으로 이전을 목표로 인천시, 인천항만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조성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충족시켜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시장에서는 수산물 구매만 가능하다. 구입한 활어나 대하, 꽃게를 상차림 비용만 부담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횟집이 어시장 인근에 수백 곳에 달한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와서 놓치지 않고 맛봐야 하는 메뉴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밴댕이회무침이다. 연안파출소 옆에 있는 밴댕이회무침거리에는 40∼50년 된 밴댕이회무침으로 유명한 노포들이 즐비하다. 이름처럼 식당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해양센터 건물 안과 뒤편에 집중되어 있다. 건물 뒤편에는 바다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수산물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제주행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맞은편 100m 안쪽에 위치(항동 7가 86의 1)한 ‘풍물의 거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난 1990년 조성됐으며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성 당시 40여 곳의 포장마차형 횟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영업했으나 현재는 10여 곳만 영업 중이다. 장소가 후미진 곳에 있어 단골손님이거나 소문 듣고 오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60첩 반상의 해산물이 제공되고 낙지, 전복, 멍게, 매운탕 등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0만∼27만원으로 주 메뉴와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4명이 먹을 수 있는 메뉴 가격이 16만∼17만원 선이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해수탕이다. 1981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원조 해수탕을 비롯 대형 해수탕 1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해수는 바닷물이 아니다. 해수는 지하 20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100여 가지의 미네랄이 함유돼 고혈압, 동맥경화,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무좀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이곳 해수탕은 서울에서도 이용객이 찾아올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는 서해5도와 제주도를 운항하는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도 인근에 있다.

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인천시의 교류 우호도시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이름을 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다. 광장 내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손상을 입은 함선을 일본군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항복하지 않고 함선과 함께 자폭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는 순양함 ‘바랴그’호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