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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7% 고금리에도 멈출 줄 모르는 가계 빚 폭증

주담대 2년 만에 최대 폭 증가
연체율 증가 등 후폭풍 우려 커
지난달 24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 폭증에 대한 위험 경고가 쏟아지는데도 빚이 줄기는커녕 더 불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5000억원 넘게 늘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였다. 가계빚 팽창은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17조 8588억원으로 전달 대비 2조8591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2021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최대라고 한다. 고금리 속에 부채가 급증할수록 연체 등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7%대 고금리도 빚의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2년 전 주담대가 폭증했을 당시 3~4%대였던 변동금리는 이제 7%대까지 치솟았다. 고정금리도 4~6%까지 오른 상황이다. 고금리에도 대출 인파가 몰리는 것은 정부의 안일한 부동산정책 탓도 크다. 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며 시작한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다시 이른바 '영끌'을 불러들였다. 뒤늦게 대출 옥죄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시원찮은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달 5일치 5대 은행 가계대출이 1조1400여억원이나 된다. 주담대도 4300억원 뛰었다.

고금리가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7%대 금리 시대를 대비하라고 한 경고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다이먼은 지난해 5%대 금리가 올 것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자신의 전망은 현실이 됐다며 지금도 같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동결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연준의 인상 행보를 쫓아가지 못해 한미 금리차가 2%p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한미 금리 역전은 이달로 15개월째다. 금리 역전이 30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본유출, 환율급등 등 심각한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당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윤석열 정부 이후 낮아졌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양이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4%였는데 지금은 102%에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이런 미미한 변동에 안도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압도적으로 크다. 지난달 방한한 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단이 부동산정책을 바꿔 가계빚 줄이기에 집중하라고 했던 조언도 거듭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부실대출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트린다.
수출보다 수입이 줄어 간신히 무역흑자를 내는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기 전에 경제체질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여전히 비싼 집값을 과감한 공급책으로 안정시켜야 무분별한 대출이 줄어들 것이다. 필요하다면 금리인상 카드까지 꺼내 들 도리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