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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기자 임희윤, 문화평론가 되다…'예술기'

뉴시스

입력 2023.10.09 13:35

수정 2023.10.09 13:35

동아일보 등 일간지에 15년 이상 몸담은 대중음악 전문기자 예술·기술 아우르는 아티스트 여덟 명과 만난 인터뷰집 '예술기' 출간 음악비평 넘어 영화·커피 등 아우르는 문화평론가로 "문화부 기자가 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
[서울=뉴시스] 임희윤 평론가. (사진 = 평론가 측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희윤 평론가. (사진 = 평론가 측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광야(曠野)를 달리는 말이 마구간을 돌아볼 수 없다.

헤럴드경제, 동아일보 문화부에 15년 이상 몸담으며 대중음악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단 임희윤 대중음악 전문기자, 아니 문화평론가 얘기다. 주류 언론사를 박차고 나온 그는 안정됐지만 영역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기자라는 마구간에서 벗어난 뒤 '광야로 걸어가' 새로운 일들을 감당해나가고 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임 기자는 이동진 영화평론가 이후 드물었던 문화부 스타기자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그가 부캐릭터 '희미넴'이라는 사실을 병기하면, 고개를 더 끄덕일 독자 혹은 음악 팬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2012년 8월21일자 동아일보 문화 지면을 찾아보자. 같은 달 19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 에미넘-리커버리 투어' 리뷰가 랩 형식으로 실렸다.

"지금부터 정색하면 곤란해. 이상한 건 골라내./요! 간다! 다른 기자들은 개미네. 난 언론계의 M&M./너의 젤라토에 듬뿍 뿌려. 내가 젤 나아. 토해, 딴 과자는. ㅋㅋ, 구려!/나는 지금 24시 카페임. 음악이 내겐 카페인/이니까. 화이트 초콜릿 모카. 데이트도 꽂힘 못 가."

비공인 세계 최초의 랩 형식 칼럼으로 통하는 '응답하라 희미넴 나는 지금 예민해'의 일부다. 음악 팬들은 물론 업계에서 센세이셔널을 불러 일으킨 꼭지다. 웬만한 랩 가사 못지않은 라임(rhyme)이 가득한 글로 래퍼의 콘서트를 랩 형식으로 쓴 이 리뷰는 '임희윤 동아일보 음악 담당 기자'를 단숨에 스타 기자 반열에 올렸다. 동시에 각종 라디오 출연, 음악 행사 대담 참여 등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쌓았다.

그런 그가 올해 상반기 언론사에서 퇴사한 뒤 프리랜서 평론가이자 글쟁이로 전향했다. 다양한 활동의 근거지가 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것에 대해 일부에선 걱정했다. 하지만 프리 선언 이후 다른 언론사 코멘트의 요청이 쏟아졌고 그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제안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이 임 평론가에게 제안한 인터뷰집 '예술기'도 그 중 하나다. 임 평론가는 인터뷰어로서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VR 아티스트 권하윤·현대무용가 차진엽·인공지능(AI) 아티스트 조영각·뉴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시티(IVAAIU CITY)'·바이오 아티스트 사이언스(Psients) 그리고 예술가의 상상과 기술자의 작업을 잇는 최원정 기획자, 아트랩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는 신지나 기획자 등 여덟 명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바이오 아트, AI, 건축 기반의 융복합 작업, 기술을 활용하는 무용 등의 이야기가 이 한권에 담겼다.

[서울=뉴시스] '예술기_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표지.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예술기_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표지.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기'는 아트앤테크 페스티벌 '파라다이스 아트랩'의 제작 과정을 담은 아카이빙 서적이기도 한데,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은 이 책의 제작을 위해 출판업도 등록했다. 챗 지피티(Chat-GPT)가 추천사를 쓰는 등 색다른 행보도 보였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에 동행 중인 임 평론가를 최근 당산에서 만났다. 그는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서 이 변화하는 세상 속, 거친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

-'예술기' 출간을 기점으로 이제 확실한 문화전문기자 또는 문화평론가로 불러도 무방할 듯합니다. 대중음악평론가라는 수식의 범위는 임 평론가님의 활동을 설명하기엔 너무 좁네요.

"'예술기'가 저한테도 좋은 어떤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제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됐고 진짜 많이 배웠어요. 단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는 이런 '족집게 과외'가 없죠. 강남의 최고급 SAT 준비반보다 더 농밀하게 다양한 첨단 기술과 예술을 조합하는 아티스트들을 만나서 예술·철학·인생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는 것 자체가 각별하죠. 사실 인터뷰어로서 제가 가지고 있던 기술에 대해서 별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떤 분야의 인터뷰이들을 만나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심는 계기가 됐습니다."

-신문에 몸 담고 있었을 때 인터뷰를 진행하셨던 거랑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하신 거랑 차이점이 클 거 같아요.

"15년 이상 일간지에만 있었고 비슷한 분야를 계속하다 보니까 너무 닳고 닳은 거죠. 어떤 인터뷰를 해도 정해진 분량에 맞춰 거기에 들어갈 만한 내용과 밀도에 맞춰 인터뷰를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굉장히 방대하게 인터뷰를 해서 그걸 줄여나갔는데, 노하우가 생기고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걸 아니까 스스로 그런 방식을 피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적당한 분량과 적당한 밀도의 인터뷰를 해서 지면에 맞는 규격으로 기사화를 해왔던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 인터뷰을 진행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해야 되나….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해서 예술을 사랑하게 됐고 그것이 첨단 기술과 융합하게 된 과정에 대해 속된 말로 '야마'(언론계 은어로 산(山)을 뜻하는 일본어로 기사의 '핵심 주제'를 뜻한다)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쭉 물어보고 대답하는 걸 기록할 수 있어 새삼스러웠어요."

-임 평론가님의 지면 글은 애독자가 많았죠. 리듬감이 있어서 읽기도 좋았고 시적(詩的)이었고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집 글들은 담백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임희윤 '예술기_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출간 기념 북토크.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희윤 '예술기_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출간 기념 북토크.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리듬감이나 기사에서 감히 쓰기가 힘든 시적인 표현은 사실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도 있어요. 한정돼 있는 신문 지면에 내가 느낀 어떤 지점들을 어떻게든 전달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우겨 넣는 과정에서 리듬감과 시적인 부분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책은 광대하게 풀어놓는 느낌이다 보니까 담백하게 쓰고 조미료를 덜 치게 됐죠. 대신에 읽는 분들의 리듬이 편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다듬는 과정에 좀 많이 공을 들였어요."

-'예술기'라는 제목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신 거라고요.

"사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은 제목이에요. 왜냐하면 내용에 예술·기술이 같이 들어있고 예술을 기록한 거니까 예술기(藝術記)도 될 수 있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덟 분이 예술·기술에 동시에 묶여 있기도 하고요."

-여덟 분은 각자 분야와 개성이 너무 다른데, 그럼에도 공통점을 찾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여덟 분은 무엇인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해 실행력도 대단해요. 본인들이 표현하려는 걸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명확하게 물리적으로 '전달 매개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죠. 공대적인 마인드, 문과대적인 마인드, 예술대적인 마인드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만큼 예술 세계가 융복합적이에요. 인격 자체도 굉장히 융복합적인 성격을 갖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그런 융복합적이고 첨단적인 부분을 다루는데 그 내용을 아날로그적인 책으로 담았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서울=뉴시스] 임희윤 '예술기_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출간 기념 북토크.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희윤 '예술기_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출간 기념 북토크.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도 핵심 콘텐츠 자체가 디지털화되잖아요. 다른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렇게 철저하게 무형화(無形化)로 가다보니까 아시다시피 굿즈, LP 등에 사람들이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을 다룬 아트앤테크 분야가 이 단행본과 어울리지 않는 형식일 수 있지만 종이라는 매체 안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거죠.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의 자극적이고 재밌는 순간은 돌아서게 되면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굉장히 아날로그한 매체를 통해서 담아놓는다는 자체는 소비자, 독자, 창작자, 기획자 모두에게 남다는 여운을 주죠."

-책엔 '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각각의 분야가 그 만큼 광대하죠.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인터뷰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다 힘들었죠. 사실 모든 것이 어려워서 한 번에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개념 자체는 어려울 게 없더라고요. 이분들의 공통점에 대해 '자기가 상상한 건 첨단 기술이라도 끌어와서 어떻게든 구현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만약에 (추상화의 면모가 강한 작품을 선보이는) 윌리엄 터너, 마르셀 뒤샹 같은 분들을 인터뷰한다고 하면 더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이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장치를 이용해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걸 실제로 설치해요. 목표로 한 결과물을 내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죠. 그렇다 보니까 굉장히 직관적인 인터뷰가 됐습니다. 제가 오래 일간지 문화부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주워 들은 얘기가 많으니까 이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툴도 많았죠. 아울러 제가 갖지 못한 모습 또는 어떤 예술가들과는 굉장히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존중하게 됐고요."

-서문에 '이 책의 살과 뼈는 그저 사람의 이야기였으면 한다'는 말씀을 써주셨는데 처음부터 사람에 중심을 두셨던 건가요, 아니면 인터뷰를 하시다 보니까 그렇게 맞춰지신 건가요?

"'이 사람은 뭘 하고 있지'라는 게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제 입장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독자 입장에서도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죠. 아트, 테크 일에 관심이 없어도 '이 사람은 이렇게 독특한 걸 하는구나'라고 찾아가는 것 자체가 어떤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제가 이분들의 작품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질문할 정도의 수준도 아니었지만,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도 독자분들이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했죠. '이 사람이 이렇게 독특한 걸 하는데 도대체 그 출발점이 어디일까. 그냥 예술이 아닌 왜 아트앤테크를 하게 됐을까' 같은 공통 질문을 갖고 모든 인터뷰를 출발했죠."

-좋은 책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2편, 3편이 나오게 됐을 때 좀 더 보완했으면 하는 영역이 있다면요.

[서울=뉴시스] 임희윤 평론가. (사진 = 평론가 측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희윤 평론가. (사진 = 평론가 측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좀 더 공부할 시간이 있었고 인터뷰에만 더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예술 작품 자체에 대해 더 많이 연구를 해 좀 더 깊은 답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예요."

-인터뷰 서두에 말씀 드린 것처럼 상반기에 언론사에서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실 때는 대중음악 평론가로서 인상이 짙었는데 이제 문화평론가, 작가 인상이 더해졌어요. 그럼에도 프리랜서 글쟁이로서 앞으로 고민도 많을 거 같아요.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어요. '내가 이런 것까지 해도 되나. 할 수 있나' 싶었는데 만약 해보니까 어느 정도 가능한 거 같아요. 제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저를 바라볼 때는 그것 자체가 기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상당히 숙련된 상태로 갖고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죠. 이번에 여덟 분 중에 한 분만 인터뷰해도 겁이 나는 상황일 수 있는데, 이걸 감당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뭔가 '영토를 확장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인터뷰든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무엇보다 대중음악을 떠나 첨단 기술이 복합된 형태의 문화 전반에 대해 속성 과외를 받았으니,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 분야에 대한 많은 언어를 습득하게 된 셈이니 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된 거 같아요. 실제 예술계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과 제안들을 최근 많이 받고 있어요. 영화는 물론이고 커피가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까 '문화평론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수식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죠. 대중음악만 하기도 벅찬데 어떻게 영화 얘기도 하고, 미술 얘기도 하고 다 할 수가 있느냐라는 얘기죠.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해요.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어떤 영역에 대한 코멘트 요청이 왔을 때 지금 사회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저만의 설득력 있는 통찰력을 가지려고 해요. 그게 있으면 제 코멘트가 효용을 갖더라고요."

-문화평론가로서 통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이 모든 걸 흡수할 수 있는 시간 투자와 분배도 중요할 거 같아요.

"프리랜서가 된 이후 '인풋'을 쌓는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들이고 있어요. 기자 생활할 때는 제 분야에만 집중을 하기에 바빴고 다른 분야엔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문을 굉장히 많이 봐요. 문화 영역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 국제 이슈 흐름 등을 계속 따라가는 거죠. 직장인의 루틴이 사라진 자리를 그런 루틴이 대체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저만의 통찰을 가지려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이고 있죠."

-가장 인터뷰해보고픈 대상이 있다면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서태지를 꼽은 적이 있는데요.

[서울=뉴시스] 임희윤 평론가. (사진 = 평론가 측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희윤 평론가. (사진 = 평론가 측 제공) 2023.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태지 외엔 (베일에 싸인 아티스트) 뱅크시 그리고 음악가 중에서는 (훗날 AI 등 기술의 발달로 그들의 영혼이 완벽히 부활한다면…) 고(故) 김광석·유재하요. 좀 더 쓴다면, 제가 늘 동경하고 관심 갖는 외계인과 진짜 언젠가 한번 인터뷰할 수 만 있다면… '미지와의 조우' '컨택트' 같은 영화처럼요."

-인생에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고 성공적으로 닻을 올렸습니다.

"저는 늘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항상 내가 중요하고 내가 살아가는 데 바빴어요. 그런데 프리랜서가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예술기' 출간 기념 북토크 때도 말하긴 했는데) 제가 문화부 기자로서 근년에 문화부 기자들이 언론사 안팎에서 모두 예전보다 경시됨을 뼈저리게 체감했거든요. 그래서 문화부 기자분들을 보면 정말 제 DNA에는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사명감 비슷한 게 생겨요.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서 이 변화하는 세상 속, 거친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문화부 기자가 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것을 나라도 증명하겠어' 같은 생각이요. 제가 생각해도 왜 이렇게 오그라드는 생각이 드는 걸까 싶은데요. 말과 글이 넘쳐나는 세상에 기자들이 가진 능력, 특히 생생한 인터뷰와 현장 취재 경험, 통찰력 같은 것들이 사내외에서 너무 과소평가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서요. 다른 기자분들께도 '자, 보세요. 우리는 어쩌면 슈퍼히어로일지도 몰라요' 하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히어로 비슷한 거라도 돼야겠죠. 그렇게 되기 힘들다면, 최소한 살아남고 존재를 증명해야겠지요."

◆임희윤(Yuni Lim a.k.a. 희미넴)은

음악전문기자. 뮤직 텔러. 음악 여행가. 커피 애호가. 북유럽 문화 애호가. 국악방송 FM '창호에 드린 햇살'-코너, kbs Cool FM '황정민의 뮤직쇼'-코너 '뮤지키타카', cpbc FM '임형주의 너에게 주는 노래'-코너 '임희윤의 팝학다식' 등 여덟 개 라디오 프로그램 참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한국힙합어워즈 선정위원, 국립국악원 운영자문위원, 수림문화재단 수림뉴웨이브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 CJ 튠업 심사위원,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2023 하반기 동국대 문화예술최고위 과정 강사, 노들컬처아카데미 '음악비평 및 글쓰기' 과정 강사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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