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尹정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서 ‘한민족·남북연합’ 뺀다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9 18:29

수정 2023.10.09 19:13

내년 30년만에 수정안 마련 착수
尹정부 신설 통일미래기획委 논의
"악수도 않는 남북, 과연 한민족 맞나... 남북연합 단계도 다시 살펴봐야할 것"
학계 "흡수통일 가정… 北 반발 예상"
윤석열 정부가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 방안(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한민족'과 '남북연합' 개념 삭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방안은 사실상 정부의 남북정책 기조와 방향을 총괄하는 개념으로 수정안이 마련되면 모든 정부 정책에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김정은 북한 정권이 북핵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과거 진보정권의 햇볕정책 등 막연한 남북관계의 장밋빛 전망을 떨쳐버리고 국력 강화를 토대로 남북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닿아있다.

이에 정부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제시 30주년을 맞는 내년에 본격적인 수정안 마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의 한 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30주년을 맞는 내년 과제로서 수정 논의에 들어갔다"며 "남북 정상이 악수도 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남북이 과연 한민족이라 할 수 있나. 때문에 남북연합이라는 단계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제시한 안으로 화해·협력을 기반으로 남북연합이라는 2체제·2정부 과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1체제·1정부 통일국가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남북경색이 수십 년 간 이어져오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남북을 한민족이라 여길 수 없고, 남북연합이라는 중간단계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이는 단순히 자문기구의 의견이 아닌 윤석열 정부의 입장으로 여겨진다. 통일미래기획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기구인 데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안을 성안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이 통일미래기획위원은 이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정은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안을 만들 예정이고, 통일부는 지원 역할을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도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관련해 통일미래기획위원회의 수정 방향을 염두에 둔 답변을 내놨다. 본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호중·김홍걸 의원을 통해 윤 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데 대해서다.

통일부는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제시한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구해나가고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통일미래기획위원은 기자에게 "현실에서 남북이 서로 적으로 여기니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헌법상 지향하는 통일론 사이에 괴리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실의 남북관계가 북핵 고도화로 인해 경색관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일미래기획위원회는 윤 정부가 제시하겠다고 밝힌 '신통일미래구상' 준비도 맡고 있다. 통일부는 본지에 헌법 4조에 따른 통일론을 담는 내용으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즉, 현 정부 기조를 담은 새로운 통일방안과 신통일미래구상을 나란히 내세워 통일정책을 근간부터 바꾸려는 것으로 읽힌다.


통일부는 "신통일미래구상은 헌법에 입각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기본방향 하에서의 자유·인권·소통·개방 등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통일미래비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추진전략이 주요 내용"이라며 "이는 통일미래 청사진 및 추진전략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통일로 가는 과정과 절차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선 윤 정부가 사실상 흡수통일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본지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바꾼다는 건 단계적이 아닌 한 번에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북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북한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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