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민간 산후조리원 2주에 326만원… '반값' 공공은 18곳뿐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0 18:08

수정 2023.10.10 18:08

공공 171만원·민간 326만원
강남 특실은 3800만원 달해
저출산으로 산후조리원 감소
직장인 40% 출산휴가 못써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뉴스1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뉴스1
#. 이모씨(38)는 최근 첫 딸을 낳아 기뻤지만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다 고민에 빠졌다. 그가 발품 팔아 찾은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은 3주 간 550만원. 이씨는 "강남쪽을 알아보니 1000만원에 육박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며 "민간 산후조리원은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해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후 산후도우미도 3주간 300만원 가량을 들여 고용했다. 이씨는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정부 지원금을 받아도 자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며 "저출산 시대인데 임산부를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례없는 저출산 시대를 맞았지만 임산부 복지 정책이 여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의 비용은 매년 올라 출산 이후 서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전국에 18곳에 불과해 혜택 받는 임산부가 많지 않다. 임산부들은 출산 휴가조차 제때 쓰지 못해 저출산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후조리원 공공·민간 1.9배 차이

10일 보건복지부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공공 산후조리원과 민간 산후조리원의 요금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2019년 1.61배였던 격차는 2020년 1.64배, 2021년 1.68배, 지난해 1.82배, 올 상반기 1.90배로 커졌다. 올 상반기 민간 산후조리원의 2주 평균 요금은 326만원인데 반면 공공 산후조리원은 171만원이었다.

민간 산후조리원의 경우 지역 등에 따라 차이가 컸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산후조리원은 2주 특실 이용 가격이 3800만원에 육박했다.

비싼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은 출산 후 목돈이 들어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요금 책정에 별도의 기준이 없어 민간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은 저출산 등을 이유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전국 18곳(전체 469곳의 3.8%)에 불과하다. 최근 둘째를 낳은 변모씨(36)는 "집 근처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있어 연락해보니 이미 만석이라 이용하지 못했다"며 "결국 2배 가까이 가격을 더 내고 민간 산후조리원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로 산후조리원이 줄어든 게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수는 475곳으로 2017년(598곳)에 비해 20.5% 감소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6곳이 더 줄었다.

■휴가도 제때 못써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실제 시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출산 휴가조차 제때 쓰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60%로 집계됐다. 직장인 40%는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정규직(58.3%), 5인 미만(67.5%), 월 150만원 미만(58.1%) 등이 정규직(27.8%), 대기업(23%), 월 500만원 이상(20.9%)보다 높았다.

출산 후 아이를 키우기 위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비율은 더 높았다.
직장인 45.5%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임신이나 육아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은 여전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가 초저출산 국가 탈출을 위한 형식적인 출산 장려 정책 대신 일터에서 여성들이 최소한의 제도를 누구나 당연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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