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무난한 영화보다 모난 영화가 통한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1 18:18

수정 2023.10.12 09:23

천박사, 1947 보스톤, 거미집 포스터 /사진=뉴스1
천박사, 1947 보스톤, 거미집 포스터 /사진=뉴스1


올 추석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쥔 영화계가 '멘붕'에 빠졌다. 천만감독 강제규의 '1947 보스톤'은 86만, 천만배우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은 30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나마 잘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175만명)은 아직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최소 작년 추석보다는 잘될 줄 알았다"는 한 극장 관계자는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개봉 대기작이 힘을 받고 재투자로 신작이 만들어질 텐데"라며 우려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쓴 게 불과 3년 전인데, 격세지감이다. 그사이 코로나 팬데믹이 모두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이 영화 관람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 같은 위기의 주요인으로 OTT의 대중화를 꼽는데, 과연 그뿐일까.

한 천만영화 제작자는 "가장 큰 원인은 안이한 기획"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2년간 '범죄도시2·3'과 '아바타2'의 1000만 관객몰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대 흥행기록 경신, 중소 규모 '육사오' '잠'의 성과만 봐도 그렇다. 그는 "흥행감독·배우를 앞세운 안이한 기획들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을 간과하고, 영화 외적인 변화만 생각한다면 (한국 영화가) 재상승할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급 포함 홍보·마케팅 역시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영화산업 분석가는 "개봉 첫날 스코어는 홍보·마케팅의 몫"이라며 그 영화의 핵심관객부터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노량: 죽음의 바다'를 함께 본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OTT 때문에 극장에 안 가냐고? 관객은 영화 볼 준비가 돼있다"고 부연했다. 한 영화산업 관계자도 "극장의 시대가 완전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소비자의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 영화 산업화의 신호탄이 됐던 '쉬리'(1999) 이후 벌써 20년이 지났다. 시대도, 관객도 변했다. 그때의 주관객층인 20대는 40~50대가 됐다. CJ CGV가 발표한 '영화 소비 트렌드'를 보면 20대가 영화시장을 좌우한다. 20대와 40~50대 가족관객이 핵심이다. 50대 천만감독도 궁금해했다는 "요즘 20대는 뭘 원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산업종사자들이 찾아야 한다. 확실한 것은 20대는 40~50대보다 배우·감독의 인지도나 영화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작 1편보다 참신한 중소영화 3~4편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다. "OTT는 관객의 장르영화 취향을 강화시켰다.
무난한 영화보다 모난 영화가 더 통한다"는 분석도 되새겨볼 만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문화스포츠부 차장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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