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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가운 실적 개선, 낙관 말고 위기 대비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1 18:18

수정 2023.10.11 18:18

경상수지 흑자·삼성전자 이익 호전
대외 경제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8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8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침체 일로인 한국 경제에 간만에 반가운 신호가 포착됐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 4월 7억9000만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3000만달러), 6월(58억7000만달러), 7월(37억4000만달러)에 이어 4개월째 흑자 기조다. 4개월 연속 흑자는 지난해 4∼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해 말과 연초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 수렁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가 우려됐다.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회복되면서 쌍둥이 적자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의 결정적 원인인 반도체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완연하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9%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밝히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적자 폭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전망치인 1조8000억원대를 30% 웃돌았다는 점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상반기 과감한 감산으로 재고자산을 떨어낸 노력이 하반기부터 실적호전으로 돌아오고 있다.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의 귀환이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낙관하긴 이르다. 8월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결과인 '불황형 흑자'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간 흑자는 약 245억달러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9∼12월 매월 평균 40억달러의 흑자를 내야 가능하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4·4분기에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메모리 가격이 상승해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긴 하다. 그러나 감산 확대에 따른 고정비 증가 등의 난관을 넘어서야 실적도 개선된다.

글로벌 대외환경은 호전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글로벌 상수들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 불확실성의 주요 상수였는데 미국발 고금리와 긴축 기조까지 겹쳤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이 산업생산·소매판매 등 주요 경제지표 개선에도 부동산시장 불안과 해외 수요 위축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까지 터지면서 세계 경제의 앞날은 예측 불가, 시계 제로상태다. 최근 발표된 국내외 경제전망은 중동사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중동사태 격화가 오일쇼크를 부르지나 않을지 입이 바짝 탈 지경이다.

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정부는 마지막 힘을 짜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수출부터 회복시켜 경상수지 흑자 목표를 달성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자면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 등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업종들의 수출을 독려하고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민생을 짓누르는 고금리, 고물가 또한 상존하는 해결 과제다. 체감물가는 무섭게 뛰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겠지만 경기침체가 문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쉽지는 않다.
물가와 금리는 민생안정과 내수 활성화의 열쇠다. 적정 금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수출과 함께 성장의 양 날개 중 하나인 내수를 살려야 경제와 민생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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