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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핵심광물 中 의존 심화, 비상시 피해 극심할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2 18:01

수정 2023.10.12 18:01

리튬·흑연 등 13종 中 비중 높아져
수입처 다변화, 자원개발 서둘러야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에 차량용 요소수가 진열 돼 있다. /사진=뉴스1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에 차량용 요소수가 진열 돼 있다. /사진=뉴스1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됐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리튬, 흑연 등 13종의 지난해 대중 수입비중은 2017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 조달을 특정국에만 기댈 때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알면서도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흑연의 대중 수입비중은 지난해 94%까지 늘었다.
80%였던 2017년에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되레 90%를 훌쩍 넘긴 것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듐은 같은 시기 49%에서 87%로 급증했다. 이들 광물은 대부분 이차전지 양극재, 음극재의 핵심소재다. 이러다 중국이 금수조치라도 내리는 날에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전략적 중요성이 큰 핵심광물 33종 중 25종에서 이런 중국 쏠림이 두드러진다. 하루아침에 중국 비중을 확 낮출 순 없겠으나 그동안 쏠림현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통계를 봐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실적 1만달러 이상 품목 중 중국 비중이 1위인 품목이 43%에 이른다. 대중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이 23%나 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100대 품목의 중국 수입비중이 20%다. 2017년보다 6%p가량 더 늘었다. 일본의 규제로 막힌 소부장 수입처가 중국으로 바뀐 탓이라고 한다.

글로벌 공급망 싸움 속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과 같다. 자원을 무기로 상대국 압박을 서슴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보복으로 전기차 등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 것이 예다. 우리도 2년 전 요소수 사태로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요소를 포함한 화학비료 품목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가격이 10배로 뛰었고, 산업계 피해가 극심했다. 이후에도 중국 의존도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핵심광물 30종의 중국 비중을 5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등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자원부국과 교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려는 노력과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광물 보유국을 뛰어다니며 졸라야 얻어낼 수 있을 텐데 누가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해외자원 개발에도 다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세계 각국이 혈안이 되어 자원 확보 경쟁에 매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손을 놓고 있다. 광해공업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종료되거나 매각한 자원개발사업이 26개에 달한다. 희토류, 니켈, 리튬 등이 포함된 사업이었다.

자원개발은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 수익이 5억원도 안 됐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은 지난해 80억원 가까이 이익이 났다.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본 것이다.
자원개발에 덧씌워진 적폐 그림자를 치우고 자원외교를 다시 가동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나서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제2의 요소수 사태와 같은 비상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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