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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건강권 확보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더 미룰 수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3 15:37

수정 2023.10.13 15:37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증원 규모는 500명대로 알려졌으며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만성화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국가 중대 사안이 된 지 오래됐다. 인구당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의료단체의 반발로 진전이 없었다.
이번엔 정부가 책임지고 계획을 관철시켜 국민의 의료권을 지켜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부터 18년째 그대로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3500명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한 결과다. 그러다 2020년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다 의료계 집단 반발과 코로나19 여파로 없던 일이 됐다.

우리나라의 인구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생은 인구 10만 명당 7.2명에 불과했다. OECD 평균 13.6명의 56%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 국가 38개국 중 37위다. 우리보다 적은 곳은 튀르키예(2.0명)뿐이다.

의사 수가 적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이 많아질수록 고혈압, 당뇨, 뇌·심장 질환, 치매 등 중대 질환이 급증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계한 의사 인력 수급 전망을 보면 2050년 기준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의료진 확충이 계속 미뤄질 경우 의료 현장은 의사 부족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지금도 의료진 수급이 원활치 않아 국민이 진료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을 전전하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하고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일이 허다하다. 서울·수도권으로 의사가 몰려 지방 병원에선 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학병원에서는 지원자가 없어 운영에 파행을 겪는 전공과가 수두룩하다.

의료 단체는 의대 증원으로 필수 응급 의료난과 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증원보다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 확충과 함께 추진할 과제다. 국회 복지위가 실시한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24%가 1000명 이상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사를 늘리는 것은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다. 의사 단체의 반발은 명분이 없다.
의사들은 직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 의대 증원 확대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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