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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日 반도체..잃어버린 37년 되찾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4 16:45

수정 2023.10.14 16:45

KB증권 보고서, 일본 반도체 기업 투자포인트로 미중 분쟁 반사이익, 정부 지원정책, 반도체 수요 증가,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 및 환차익 기대 등 제시
톱픽은 다이후쿠, 토소, 호야, 캐논, 알박 등 언급
2021년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의 전시시설인 도쿄빅사이트에서 반도체 등과 관련된 첨단기술 전시회 '세미콘 저팬'이 열린 가운데 반도체 테스트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이 전시돼 있다. [촬영 무라타 사키코]
2021년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의 전시시설인 도쿄빅사이트에서 반도체 등과 관련된 첨단기술 전시회 '세미콘 저팬'이 열린 가운데 반도체 테스트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이 전시돼 있다. [촬영 무라타 사키코]


진격의 日 반도체..잃어버린 37년 되찾나

진격의 日 반도체..잃어버린 37년 되찾나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분쟁 확산에 따라 일본 반도체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에 인공지능(AI) 가속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및 환차익 기대 등 호재가 겹쳐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막대한 반도체 지원금을 글로벌 기업들에게 열어주면서 기술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도 일본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

■日 반도체, 미중 반도체 분쟁서 전략적 수혜 받나
KB증권은 14일 '진격의 일본 반도체: 잃어버린 37년을 찾아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심화되는 미중 반도체 분쟁에서 일본의 전략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시장의 투자 포인트는 △미중 분쟁의 반사이익 △일본 정부의 지원 정책 △AI 가속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와 환차익 기대 등을 제시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첨단 반도체 기술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중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일본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와 AI 등 중국의 전략적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디리스킹 (de-risking, 탈위험) 정책을 통해 전세계 국가들과 전략적 동맹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5월 27일 미국과 일본이 첨단 반도체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특정 지역에 반도체 공급을 의존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AI와 바이오 분야에서도 신기술의 공동 연구와 인재 교류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 전략적 반도체 육성 시작..글로벌 기업들 앞다퉈 투자
일본은 지난 2019년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가 강화된 시점부터 반도체를 국가 사업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산업을 강화했다. 지난 2021년까지 일본 정부의 기업 투자는 총 2조엔(약 18조1192억원)에 달한다.

일본은 반도체 육성계획에 맞춰 JASM과 TSMC의 로직 반도체 기술에 대해 4760억엔, 키옥시아와 웨스턴 디지털에 대해 929억엔, 마이크론에 2000억엔을 지원했다.

전략적 반도체 제휴 기업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지난해 700억엔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올해 2600억엔의 예산이 추가 배분됐다.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앞당기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10년 이상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조건으로 기업 설비투자의 최대 3분의 1을 지원하고 반도체 장비와 소재는 최대 50%를 보조한다. 국적과 첨단·범용 반도체에 상관없이 지원된다.

일본의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미국 마이크론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삼성전자, 대만 TSMC와 같은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5월 18일 약 5000억엔을 투자해 일본에서 차세대 D램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노광장비 (EUV)를 도입해 2026년부터 차세대 10나노미터 이하 노드의 1감마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은 마이크론에 투자 보조금으로 200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중인 대만의 최대 반도체 기업 TSMC은 12나노칩을 생산하는 제2공장을 내년 4월에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2공장은 1조엔이 투자될 예정이며 제1공장과 비슷한 규모로 설립된다. 올해 9월 완공 예정인 제1공장은 22·28나노 공정을 주로 생산하며 내년 12월부터 월 5만5000장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TSMC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4760억엔 수준으로 알려졌다.

■日 반도체 기업 톱 픽은? 다이후쿠·토소 등
각종 호재에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뛰면서 주가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 18개의 합산 매출은 2022년에 연간 17% 증가한 44조9000억엔으로 지난 10년 평균 매출 31조6000억엔을 가뿐히 넘어섰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 주가는 연초 이후 48% 상승했다. 닛케이 225의 19%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이다.

매출 효율성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높다. 일본 전체 반도체 섹터의 평균 영업마진은 14%로 MSCI 일본 평균 8%를 웃돌고 있다.

주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긍정적이다. 반도체 섹터의 12MF P/E 멀티플은 17.6배로 닛케이 225와 비슷하지만 12MF ROE는 13.8%로 닛케이 225 대비 4.3%p 높다.

KB증권은 일본 반도체 기업 중 톱픽(top pick)'으로 다이후쿠, 토소, 호야, 캐논, 알박, 토와, 어드밴테스트, 르네사스 등을 제시했다.

다이후쿠는 반도체 공정 클린룸 내부 물류 시스템 1위이며, 토소는 반도체를 보호하는 필수 물질 석영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야는 EUV용 블랭크 마스크 점유율 80%이며, 캐논는 최근 나노 임프린팅 노광 (NIL) 기술로 틈새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알박은 전력반도체 및 반도체용 하드마스크로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며 토와는 몰딩 장비 1위 기업이다.


어드밴테스트는 시스템 반도체 (SoC) 테스트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IDM 기업 르네사스는 차량용 MCU 시장 1위 기업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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