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팹리스 육성, 아쉬운 점은 [테헤란로]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6 09:19

수정 2023.10.16 09:19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첨병으로 주목
하지만 한국 팹리스 점유율 1% 불과
미국 68%·대만 21% 등 크게 뒤처져
중기부 '팹리스 챌린지' 등 반가운 일
부처 공동 초대형 프로젝트 추진해야
팹리스 육성, 아쉬운 점은 [테헤란로]

[파이낸셜뉴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팹리스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팹리스 챌린지 대회' 행사에서 "유망 팹리스 육성과 해외 진출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가 최근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첨병으로 주목을 받는다. 팹리스는 반도체 연구·개발(R&D)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미국 엔비디아와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이 성공 사례다.

팹리스는 파운드리(전공정), 패키징(후공정) 등 생산을 철저히 외주에 맡긴다.
국내에선 텔레칩스와 동운아나텍, 넥스트칩, 픽셀플러스 등 200여개 업체들이 활동 중이다.

팹리스는 모든 반도체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와 비교해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모바일, 자율주행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기술(IT)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팹리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팹리스 시장 규모는 2019년 600억달러(약 79조원)에서 2021년 738억달러(약 96조원)로 증가했다.

하지만 팹리스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 경쟁력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한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68%와 대만 21%, 중국 9% 등 경쟁국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위주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보다 3배 정도 시장이 큰 시스템반도체에선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이끌어야 할 팹리스가 부진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결국 우리나라가 팹리스 육성에 실패하면서 메모리반도체만 강하고 시스템반도체는 약한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란 멍에를 쓴 셈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중기부가 팹리스 챌린지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선 점은 반길만하다. 다만 중기부와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글로벌 스타 팹리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부처별로 지원책이 나뉜 점은 아쉽다.


이제라도 중기부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들이 함께 팹리스 육성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 통 크게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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