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기업의 가치는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5 19:36

수정 2023.10.15 19:36

윤경현 증권부장
윤경현 증권부장
주가수익비율(PER).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의 적정주가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지표 중 하나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누면 된다. 현대자동차는 PER(올해 예상실적 기준)이 5배 안팎에 불과하고, 올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에코프로비엠은 100배에 육박한다.

PER도 결함이 있다. PER이 낮으면 당장은 주가가 싸게 보이지만 미래의 실적전망이 어두운 경우 결코 싸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밸류에이션 트랩(valuation trap)'으로 불리는 그것이다.


그래서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가 고안한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이다. PER을 주당순이익 성장률로 나눈 수치로, 기업의 성장성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더욱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지표의 공통점은 '이익'과 '주가'다. 과거 우리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기업의 존재 가치는 이익 극대화에 있다'고 배웠다. 더 많은 이익을 내서, 주인(주주)에게 더 많이 돌려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익창출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공헌이며, 이익을 창출한 기업은 (세금을 내고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미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이는 기업의 (투자)가치를 설명하는 많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얼마 전에 만난 지방의 한 중소 상장 제조업체 경영진의 얘기가 귀에 맴돈다.

"돈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정직원 대신 계약직 직원을 더 많이 쓰면 된다. 노사관계가 한층 단순해질 테니 머리도 덜 아플 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니 뭐니 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고 최대한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기업가치나 주가를 따질 때면 늘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기업의 본질적 역할로 '이익창출'보다 '고용창출'을 더 많이 꼽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5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투자 및 고용 확대'라고 응답한 비율이 40.4%로 가장 높았다. '이익창출'(30.3%)보다 10%p나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12만4070명(기간제 근로자 포함·6월 반기보고서 기준), 현대자동차는 7만1520명에 이른다. 이들의 기업가치에, 주가에 고용이 어떻게 얼마나 반영돼 있을까.

지금은 주가나 이익창출 능력이 기업가치의 전부인 것으로 평가되는 시대다. '기업가치=주가'는 공식이 돼버렸다. 일부 대기업은 주가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이익을 창출하는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이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기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마다 존재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기업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존재목적이 곧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업의 주가가 하루하루 움직이는 것보다는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 기업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투자가 바람직해 보인다.
그 끝에 돌아오는 열매도 크고 달다.

윤경현 증권부장 blue73@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