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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스라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에 "큰 실수 될 것"(종합)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6 18:07

수정 2023.10.16 18:07

지상전 임박 속 발언 주목…"이스라엘에 모든 것 지원, 美 파병은 불필요"
"이란, 전쟁 고조안돼"…하마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 입장
반길주 박사, 바이든 ‘자위권’과 ‘점령’ 구분, 대규모 민간 피해 막으려는 레드라인 설정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정크 수수료’ 폐지를 위해 수수료 사전 공개 의무화와 은행의 계좌 수수료 폐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정크 수수료’ 폐지를 위해 수수료 사전 공개 의무화와 은행의 계좌 수수료 폐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문제에 대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돌입이 임박한 와중에 국제사회의 반대와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속에서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 선명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하마스 완전 제거 동의, 이스라엘 가자지구 점령엔 선명한 반대입장

전문가 그룹에선 '자위권’과 ‘점령’을 구분 지은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배경에 대해서 '자위권은 자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타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가자지구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에 레드라인을 설정해 팔레스타인 민간 시민의 피해를 막고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로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셈법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BS 방송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 '60분' 전문에서 지난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교전과 관련,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내 견해로는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적 분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를 다시 점령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해야 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다"며 이스라엘의 하마스 전면 해체 입장에 지지를 보낸 반면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망 '아이언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격추하고 있다. 유대 안식일인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교전이 벌어져 양측에서 2천명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망 '아이언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격추하고 있다. 유대 안식일인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교전이 벌어져 양측에서 2천명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이스라엘에 전면적 지원 방침 재확인, 다만 미국 파병 선 긋고 이란에 경고 메시지 등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 지원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미 병력의 이스라엘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새로운 중동 전쟁에 미군 파병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최고의 전투력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국경을 넘지 말고 전쟁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란이 하마스 공격을 지원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며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시간이 필요할 뿐 끝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관리하면서 국제적 방어를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중동 불안으로 인해 미국 내 테러 위협이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약 17년 전인 2006년 1월 이스라엘군(IDF)은 평화협정 이행을 위해 중동전쟁 때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38년만에 주둔 병력을 철수하고 유대인 정착촌 20여곳을 떠난 바 있다.

이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제에 놓였으나 하마스가 2007년 6월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팔레스타인 가지지구의 하마스 민병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 상당기간 하마스가 육해공 대규모 동시 공격을 준비하는 것을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전혀 사전에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팔레스타인 가지지구의 하마스 민병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 상당기간 하마스가 육해공 대규모 동시 공격을 준비하는 것을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전혀 사전에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미국 이스라엘에 민간 피해 등 레드라인 정한 조치, 5차 중동전쟁 비화 확전 방지 셈범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가자기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 이스라엘에 군사적 공세의 레드라인을 정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하마스로부터 불법적인 예방타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행사할 수 있는 ‘자위권’과 ‘점령’을 구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 센터장은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스라엘이 단순히 자위권을 넘어 대규모 보복과 점령까지 할 가능성을 전혀 부인할 수 없는 군사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가자지역 주민에게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24시간 내 대피를 주문하고, 지상군을 수만명까지 투입한다는 정황이 나오자 나름의 레드라인을 정한 조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두 개 전장 동시 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스라엘이 대규모 반격과 가자지구 점령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는 상황으로 치달으면 이란과 헤즈볼라의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으며,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한 사우디도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게 될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되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美 유라시아 전선이 전격 가동 중인 상황서 중동까지 전선 확대 어려워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훼손 방지 노력

이같이 이미 유라시아 전선이 전격 가동 중인 상황에서 중동까지 전선이 확대된다면 미국으로선 아무래도 양전선을 모두 전면적으로 챙기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셈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 센터장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은 전쟁원칙을 지키지 않은 하마스에 대한 엄벌의 성격이 있다"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역으로 말하면 이스라엘이 미국과 같은 진영이라고 무조건 두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것은 모든 국가의 책무라는 점을 각인시킴으로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기반 질서를 지키는 노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포석이라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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