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한 제대 군인이 할아버지의 '탈영' 기록을 두고 병무청과 소송을 벌인 끝에 '병역명문가'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군 부대에서 '탈영'이라는 단어를 혼용해 쓰더라도 '군무이탈'과 '무단이탈'은 전혀 다르다는 판결이 그 배경이 됐다.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장찬수)는 제대군인인 A씨가 광주전남병무청을 상대로 제기한 '병역명문가 미선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병무청이 지난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병역명문가 사업은 국방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의 자긍심을 높이고,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1대부터 3대까지 모두 현역복무 등을 성실히 마칠 경우 '병역명문가'로 선정될 수 있다.
A씨도 지난해 10월쯤 병무청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신 모두 현역 복무를 마쳤으니 자신의 가문을 병역명문가로 선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병무청은 이를 거절했다.
A씨 할아버지인 B씨의 병적기록표에 '탈영(배미)'이라는 사실이 기록돼 병역명문가 선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B씨는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 했다.
1959년 7월18일에 공병교육대로 파견된 B씨는 7월19일 탈영(배미), 7월22일 탈귀(자진)했다고 기록이 남아 있었다.
A씨는 할아버지가 탈영한 것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파견받은 곳에 지정된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한 무단이탈일 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탈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탈영은 사전적인 의미로 '군인이 자기가 속한 병영에서 무단으로 빠져나와 도망함'을 뜻하지만 군인 복무에 관한 법령상의 용어가 아니다"면서 "B씨는 파견과 군부대 복귀를 위해 경남 김해와 부산시를 오가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시 부산에는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어 교통상황도 좋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3일 만에 교육대에 스스로 도착해 '자진복귀'로 쓰여 있다"면서 "탈영(배미)이라는 단어는 '파견된 곳으로 배정됐음에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탈영이라는 단어와 의미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무이탈에 해당하는 탈영은 법정형이 중한 범행이기에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아야 되는데 B씨는 복귀 후 일주일 만에 병장으로 진급, 만기 제대했다"며 "병무청은 A씨 일가에 대한 병역명문가 미선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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