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지적장애인 은행창구에서만 예금인출은 차별"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6 18:09

수정 2023.10.16 18:09

지적 장애인들이 예금을 이체하거나 인출하는 경우 반드시 은행 창구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액수가 클 경우에는 한정후견인과 동행해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과거 우체국 은행의 규정은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 등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행위 중지'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지적장애인인 A씨 등은 2018년 1월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받은 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의 한정후견을 받고 있다. 한정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률 행위 등 후견 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시 법원은 지적장애인이 금융 거래를 할 때 예금계좌에서 인출일 전부터 30일을 합산한 거래 금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한정후견인 동의가, 300만원 이상이라면 법원이 허가를 해야 한다고 정했다.

그런데 우체국 은행은 1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통장·인감 등을 지참한 후 은행창구를 통해서만,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거래는 한정후견인의 동의서를 지참하더라도 단독으로 거래할 수 없고 한정후견인과 동행해 은행창구를 통해서만 거래를 하도록 각각 제한했다.


A씨 등은 이같은 제한이 차별이라며 2018년 소송을 냈다.

1심은 우체국 은행의 제한이 차별이 맞다고 봤다. 1심은 "30일 합산 100만원 이상 거래의 경우 '동의서' 제시에 의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한정후견인과 동행을 요구하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또 우체국 은행에게 원고 1인당 각 50만원씩 손해배상급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2심 역시 차별 중지 명령을 유지했다.
다만 우체국 은행이 2020년 6월부터 문제가 된 내부 지침을 고쳤다는 점을 감안, 배상금 액수를 1인당 각 20만원으로 낮췄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피한정후견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나 제한이 필요한지는 후견 사건을 담당하는 가정법원이 심리 절차를 거쳐 판단하는 것"이라며 "피한정후견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우정사업본부 등이 임의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