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팹리스 챌린지 대회' 행사에서 "유망 팹리스 육성과 해외진출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가 최근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첨병으로 주목을 받는다. 팹리스는 반도체 연구개발(R&D)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미국 엔비디아와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이 성공 사례다.
팹리스는 파운드리(전공정), 패키징(후공정) 등 생산을 철저히 외주에 맡긴다. 국내에선 텔레칩스와 동운아나텍, 넥스트칩, 픽셀플러스 등 200여개 업체들이 활동 중이다.
팹리스는 모든 반도체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와 비교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모바일, 자율주행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기술(IT)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팹리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팹리스 시장 규모는 2019년 600억달러(약 79조원)에서 2021년 738억달러(약 96조원)로 증가했다.
하지만 팹리스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한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68%와 대만 21%, 중국 9% 등 경쟁국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위주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보다 3배가량 시장이 큰 시스템반도체에선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이끌어야 할 팹리스가 부진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결국 우리나라가 팹리스 육성에 실패하면서 메모리반도체만 강하고 시스템반도체는 약한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란 멍에를 쓴 셈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중기부가 팹리스 챌린지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선 점은 반길 만하다. 다만 중기부와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글로벌 스타 팹리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부처별로 지원책이 나뉜 점은 아쉽다.
이제라도 중기부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들이 함께 팹리스 육성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 통 크게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중기벤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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