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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아 등에 남은 고용세습, 노동개혁 우선 대상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6 18:34

수정 2023.10.16 18:34

공정·상식에 어긋나는 구시대 행태
기아 노사 협상 불발, 부분 파업 돌입
기아 노사가 지난 7월 6일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기아 노사 제공) /사진=뉴시스
기아 노사가 지난 7월 6일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기아 노사 제공) /사진=뉴시스
기아 노조가 고용세습 보장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과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의 사측 삭제 요구를 노조는 거부하고 있다. 공정한 취업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한 조항이라며 정부가 지난해 8월 시정명령을 내린 조항이기도 하다.

기아 노조는 법으로 정해진 60세 정년을 무시하고 64세로 정년을 늘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하고 있다.
고용세습 보장 요구는 정년연장을 얻어내기 위한 방편, 지렛대라고는 하지만 공정과 정의,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국민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구시대적 행태다. 사측은 정년연장과 함께 노조의 세습보장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주 4일제 도입 등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현대차 등 나머지 4개사는 타결에 성공했는데 기아 노조만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과도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고용세습이 법과 국민 감정에 어긋나는 현대판 음서제이자 특혜이며 기득권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인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노조가 위세를 떨칠 때 만들어진 고용세습은 비단 기아의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 전 서울교통공사에서 192명의 고용세습이 드러나는 등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노조 간부가 채용장사를 하다 적발된 일도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며 일자리를 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이런 판국에 노조원의 직계, 심지어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여러 편법을 동원해 고용에서 특혜를 주는 것은 채용비리를 넘어 범죄행위다. 귀족·특권 노조의 횡포에 사회적 약자와 노동 소외계층은 피눈물을 흘린다.

그 고용세습을 기아 노조는 떼를 쓰며 유지하자고 하니 노조원들 외에 누가 납득하고 받아들이겠는가. 더욱이 기아와 같은 자동차회사는 평균 임금이 최상위권으로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다. 기아도 채용 경쟁률이 500대 1에 이를 정도로 구직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일자리 세습은 타인의 기회 박탈이다. 들어가기 어려운 직장일수록 채용 과정은 더욱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러 대기업 노조가 정부의 명령 또는 자발적 선택으로 고용세습을 철회하고 있지만 기아처럼 고수하는 곳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 정책으로 노조의 특권은 더 강화됐다. 이런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노조의 반발에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차제에 국회는 고용세습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관련 법률 제정에 나서야 하며 정부는 고용세습을 유지하는 노조들을 직접 확인해 행정명령으로 몰아내야 한다.

고용세습을 포함한 채용비리, 고용비리는 기존 법률로도 처벌이나 제재가 가능하다.
검찰이나 경찰 등 사법당국은 정권 초기에만 반짝 노동 관련 비위에 칼을 들이댈 게 아니라 상시 감시하고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정한 잣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정부도 고용세습 근절을 노동개혁의 우선순위에 두고 다스리기 바란다.
그러기 전에 기아 노조는 물론이고 고용세습이 남아 있는 다른 노조들도 스스로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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