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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IB 불법 공매도 '전방위 조사' 공언한 금감원…칼날 어디로 향할까

뉴스1

입력 2023.10.17 07:17

수정 2023.10.17 09:02

해외 IB 불법 공매도 '전방위 조사' 공언한 금감원…칼날 어디로 향할까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홍콩 소재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장기간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감독당국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일부 IB에 대해 장 개시 전 소유 주식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해 조사 중이다. 향후 IB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매도 거래 내역과 차입 방식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 초기 단계라 기준이나 규모, 기한 등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며 "일부 IB에서 불법 정황이 발견된 사례처럼, 이상거래 단서를 기반으로 불법 공매도 여부를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콩 소재 글로벌 IB 2곳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하다가 적발됐다.
현행법상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선 주식을 미리 빌린 뒤 해당 수량만큼 공매도를 해야 하지만, 이들 회사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뒤 추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했다.

BNP파리바는 지난 2021년 9월~2022년5월 카카오(035720)를 비롯한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이 회사는 내부 부서 간 주식 대차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실제 소유한 주식보다 더 많은 잔고로 매도 주문을 내는 수법을 이용했다. BNP파리바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이를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HSBC는 2021년 8월~12월까지 호텔신라(008770)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의 공매도 주문을 냈다. 이 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총수익스와프(TRS) 주문을 받고 이를 헤지하기 위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주문을 제출해왔다. 이들 회사의 목적은 수수료 극대화와 비용 절감이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올해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147조원 규모로 지난해 연간 공매도 거래금액인 143조원을 상회한다. 연말로 들어서며 공매도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올해 15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당국은 유사한 불법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방위 조사를 거론한 만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공매도에 나서고 있는 미국계 업체 등 세계적인 IB도 들여다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거래가 많았던 만큼, 수수료 수익에 대한 유인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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