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각심 무뎌져 피해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
금융취약계층 불편 심화 우려도
배상비율 산정 정교하게 이뤄져야
[파이낸셜뉴스]
금융취약계층 불편 심화 우려도
배상비율 산정 정교하게 이뤄져야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의 최대 50%까지 은행이 배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금융범죄가 더욱 교묘해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거래 불편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9개 국내은행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부터 비대면 금융사고로 고객이 피해를 봤을 경우 은행이 책임 분담기준에 따라 최대 50%까지 손해를 배상하기로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금융사고 시 은행의 사고예방 노력과 이용자의 과실 정도를 고려, 금융사고의 손해액에 대해 은행이 배상할 책임 분담비율과 배상액을 결정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은행들의 배상 책임 확대로 비대면 금융 범죄는 더욱 교묘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관련 금융사의 사고 조사에 허위 진술 등 비협조적으로 대응 시 금융사는 배상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범죄자들의 이익을 높여주게 된다"며 "이번 책임분담기준은 범죄자들의 악용 소지가 매우 커 비대면 금융 범죄를 활성화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피해분담기준을 통한 은행의 배상 가능성 증가 및 피해 배상 절차 간소화 등은 금융소비자의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낮춰 오히려 피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거래 불편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은 이용자가 해당 은행의 계좌를 이용한 것 만으로도 사고 발생 시 배상책임을 지게 되므로 비대면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객군에 대해서는 금융거래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대면 금융사고에 있어 은행들의 책임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책임분담비율과 배상액 산정과 관련해서는 좀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의 배상 책임이 강화되면 보안과 관련해 더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 금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배상액 산정은 더 많은 논의를 통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 역시 비대면 금융사고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수의 비대면 금융 사고에서 가해자는 피해자 명의를 도용한 핸드폰을 개통 후 이를 활용해 피해자의 은행 예금을 이체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착복하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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