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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2기' 불안한 출발… 당정대 관계 변화가 첫 과제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7 18:12

수정 2023.10.17 18:12

보선 패배 후 인적쇄신 나섰지만 국힘 내부서도 "기대 못미쳐"
대통령실과 수직적 관계 벗어나야
野 공격 대신 '정책 주도' 요구도
김기현 국민의힘 지도부 2기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에서 확인된 민심 이반을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과 조직쇄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보선 참패의 현주소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대대적 쇄신과 조직 재정비를 통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내에선 당장의 인적 쇄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등 여전히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김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쇄신의 성공 여부는 김 대표 본인의 말처럼 당이 주도권을 갖고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난 건강한 당·정·대(대통령실) 관계를 만들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보선 완패 이후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 2기는 △혁신기구 △인재영입위원회 △총선 준비기구 등 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김 대표와 새 임명직 당직자들과의 회의 직후 "김 대표는 민생을 강조했다"며 "혁신의 실질적인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임명직 당직자들도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민생 과제와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죽비를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유의동 신임 정책위의장도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겠다"며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된 비대위 전환설을 일축하고 이처럼 전열정비에 힘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계파색이 옅긴 하지만 엄연한 친윤석열계이자 영남 출신 이만희 의원에 공천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직을 준 것을 두고 쇄신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의적 시각의 중심에는 '2기 지도부가 과연 새로운 당정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다. 그간 김기현 지도부는 주요 현안에 있어 정부 및 대통령실과 수직적 관계를 이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62시간 논란부터 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이념 논쟁에 있어 당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밥 한 공기', '시럽급여' 구설수 등 오히려 당이 충성 경쟁에 빠지면서 문제를 키운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김 대표도 건강한 당정대 관계를 새 기조로 내세웠다. 김 대표는 전날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안을 사전에 긴밀히 조율하는 방식으로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하되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이 생기면 시정을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당의 가감 없는 브레이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관계자는 "건강한 관계는 대통령이 아닌 민심에 충성하는 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은 여론의 최전방에 있는 것"이라며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해서 대통령실의 생각을 교정하는 역할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당의 전체적인 기조를 '야당 공세'에서 '정책 주도'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함께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당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와 야당, 대한의사협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성공할 경우 주도적인 여당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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