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돈줄 마른 바이오, CB·유상증자로 버틴다

김찬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9 18:15

수정 2023.10.19 21:47

대부분 채무상환·운영자금 마련용
경기둔화·고금리에 투자 길 막혀
빚내서 채무 갚는 악순환 이어져
돈줄 마른 바이오, CB·유상증자로 버틴다
바이오 기업들이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고 있다. 경기 둔화, 고금리 등으로 투자 자금이 얼어붙은 데다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 2~3년 전 발행한 전환사채의 상환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빚을 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환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거래정지, 상장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일동제약은 3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재무건전성 확보와 사업 확장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 16일에는 전진바이오팜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앞서 티움바이오와 이수앱지스도 각각 185억원, 5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싸이토젠과 비피도가 각각 300억원, 150억원의 사모 CB 발행을 공시했다. 목적은 운영자금 조달이다.

CB는 정해진 가격에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통상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만기 혹은 조기상환청구원(풋옵션)을 통해 원금 및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도 줄을 이었다. 항암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기업 메드팩토와 아미코젠은 지난달 각각 1159억원, 95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박셀바이오, 메디포스트 등이 1000억원대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에 대한 투심 악화와 함께 호황기 때 발행했던 CB 상환이 다가오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CB, 유상증자의 목적을 보면 운영자금 혹은 차입금 상환이 대부분"이라며 "고금리, 경기 둔화 등으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주가 부진으로 인해 호황기 때 최고가 수준에서 발행했던 CB들의 상환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또 다시 돈을 빌려 막고 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CB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거래 정지, 상장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이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바이오는 비만, 알츠하이머 분야로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CB를 상환하지 못하는 등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기업들은 거래 정지,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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