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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자연 품은 ‘운곡습지’ 단풍명소 ‘선운산’… 가을, 고창을 걷다 [Weekend 레저]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0 04:00

수정 2023.10.20 04:00

희귀 동식물 수백종 서식 운곡습지
202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세계 최대 고인돌 군집·운곡서원 등 4개 코스 습지 탐방로 다양한 볼거리
고창읍성 답성, 신재효 생가 방문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운곡람사르습지. 호소, 호소습원, 저층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고 있어 희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이용된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운곡람사르습지. 호소, 호소습원, 저층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고 있어 희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이용된다.

【고창(전북)=장인서 기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 개봉작 '아바타'는 나비족이 살고 있는 판도라 행성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찾아낸 미지의 땅은 안개 낀 숲과 찬란한 햇살, 수백수천의 동식물이 내는 갖가지 이미지와 소리로 웅장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 극장 화면 너머로 행성을 바라보는 관객들 역시 환상적인 파노라마에 완전히 압도당했고, 태곳적 신비로움에 대한 동경은 아바타 우울증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머나먼 행성이 아닌 지구, 그것도 한국의 전북 고창 운곡람사르습지에서 판도라와 꼭 닮은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 생태환경의 요람이나 다름없는 습지에선 땅이 숨을 쉬듯 꿀렁이고 풀과 나무, 꽃들이 자유롭게 뒤엉켜 자란다. 또 도시에선 보기 힘든 팔색조 등 희귀종 새들이 날아다니며 음악 같은 소리를 들려준다. 고창은 세계문화유산인 고창고인돌유적, 사적으로 지정된 고창읍성, 단풍 명소인 선운산도립공원을 품고 있다. 가을이라 더 빛나는 고창에서 자연과 역사가 주는 감동을 깊게 누려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운곡람사르습지. 호소, 호소습원, 저층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고 있어 희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이용된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운곡람사르습지. 호소, 호소습원, 저층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고 있어 희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이용된다.

희귀 야생 동식물의 낙원, 운곡람사르습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운곡람사르습지는 고창군 아산면 운곡리 일원에 자리하고 있다. 총 1797㎡규모로 과거에는 주민들이 이곳을 개간해 계단식 논으로 사용했다. 이후 1980년대 초부터 운곡저수지 물이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공급되면서 30년 넘게 폐경지로 유지됐다. 그 후 자연 스스로 현재의 원시 습지 상태로 복원돼 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는 깨끗한 습지가 됐다. 운곡람사르습지는 크게 운곡저수지 주변의 호소 습원과 운곡저수지의 수원이 모이는 오베이골 주변의 저층습지로 나뉜다. 운곡습지는 호소, 호소습원, 저층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나타내고 있어 희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이용된다.

운곡람사르습지.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운곡람사르습지.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운곡람사르습지에서 볼 수 있는 팔색조.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운곡람사르습지에서 볼 수 있는 팔색조.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운곡저수지 일대에는 국화과, 벼과, 사초과, 마디풀과, 십자화과, 장미과, 콩과가 많이 분포한다. 오베이골에는 버드나무군락과 은사시나무군락이, 운곡마을에는 저수지와 연접된 지점에서 수생식물이 집중 분포한다. 안덕제골에서 저수지와 연접된 곳은 연꽃과 같은 부엽식물이 분포하며, 계곡 안쪽에는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다. 특히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이곳에 서식한다. 이외에도 어류 533개체, 양서·파충류 12종, 조류 611개체, 포유류 11종, 곤충 297종, 나비 22종이 서식한다. 지난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2021년에는 지속 가능한 세계 100대 관광지로도 선정돼 생태·환경여행지로 이름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는 생태환경 보존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운곡람사르습지를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운곡람사르습지. 총 4가지 코스로 구성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운곡람사르습지. 총 4가지 코스로 구성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운곡람사르습지. 총 4가지 코스로 구성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운곡람사르습지. 총 4가지 코스로 구성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습지 탐방로는 총 4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1코스(3.6㎞)는 50분 정도 소요되며, 고인돌 유적지에서 오베이골을 따라 운곡람사르습지에 이른다. 2코스(9.5㎞)는 2시간 30분 소요되며, 운곡저수지를 한 바퀴 일주하면서 안덕제, 운곡서원, 조류관찰대, 용계 마을을 두루 거치는 코스다. 3코스는 가장 긴 10.2㎞로 3시간 30분 이상 소요되며, 고인돌 유적지에서 화암봉, 옥녀봉, 호암재, 무재등, 화시봉 등 일대 주요 산봉우리와 능선을 지나 운곡람사르습지 자연 생태공원에 이르는 코스다. 4코스(10.1㎞)는 2시간 50분 정도 소요되며, 탐방안내소(친환경 주차장)에서 출발해 굴치농원, 전망대, 인덕사 옛 터, 물맞이폭포, 백운재를 거쳐 운곡람사르습지 자연생태공원에 이르는 코스다. 용계리 친환경 주차장에서 운곡서원까지 수달 모양을 형상화한 전기열차를 타면 운곡저수지를 둘러보고 운곡습지 생태공원에 갈 수 있다. 오는 11월 12일에는 생태탐방 주요 4개 코스를 달리는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생태탐방 레이스'가 열린다.

고창 고인돌유적.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지어 분포한다.
고창 고인돌유적.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지어 분포한다.
고창 고인돌유적.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지어 분포한다.
고창 고인돌유적.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지어 분포한다.

자랑스런 세계문화유산, 고창고인돌유적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창고인돌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게 고인돌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등 다양한 형식의 고인돌이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지어 분포한다. 고인돌 축조과정을 알 수 있는 채석장이 발견되는 등 동북아시아 고인돌 변천사를 규명하는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는 곳이다. 고인돌은 납작한 판석이나 괴석형 덩이돌 밑에 돌을 고여 지상에 드러나 있는, 즉 고여 있는 돌이란 뜻인 지석묘를 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으로 우리나라에는 대략 3만여기가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10%가량이 전북 지역에 있으며, 전북 내 고인돌 60% 이상이 고창군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인돌박물관에서는 고인돌 제작 모습과 청동기시대 유물, 생활상 등을 전시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창읍성.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밟으면 질병 없이 오래 살고 저승길엔 극락문에 당도한다는 전설 때문에 매년 답성 행사가 열린다.
고창읍성.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밟으면 질병 없이 오래 살고 저승길엔 극락문에 당도한다는 전설 때문에 매년 답성 행사가 열린다.

매년 답성 행사 열리는 고창읍성

1965년 4월 1일 사적으로 지정된 고창읍성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석성으로, 고창의 방장산을 둘러싸고 있다. 모양성(牟陽城)으로도 불리며, 조선시대 고창현의 읍성으로 장성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 기지의 역할을 했다.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 16만5858㎡이며, 동·서·북의 3문과 치(雉) 6곳, 옹성, 수구문 2곳 등이 남아 있다. 고창읍성에서는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밟으면 질병 없이 오래 살고 저승길엔 극락문에 당도한다는 전설 때문에 매년 답성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1871년에 세운 대원군 척화비와 맹종죽림도 성내 주요 볼거리다. 읍성 앞에는 조선 후기 판소리의 대가인 신재효의 생가가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선운산도립공원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은 울창한 수림과 계곡, 사찰과 많은 문화재가 있어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선운산은 336m로 높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암릉과 울창한 수림과 계곡이 있어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주위에는 경수산이 솟아 있고 주봉인 도솔산과 개이빨산, 청룡산, 비학산 등 300m를 조금 넘는 산들이 모여 있다. 총면적 53만㎡의 선운산 생태숲에서는 선운산에 자생하는 고유 수종 보호 및 생태계 보존과 자연적 천이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선운산에는 풍천 장어, 작설차, 복분자술 등의 특산물이 있어 풍천 장어구이에 복분자술 한 잔으로 별미를 맛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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