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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사설] 중러의 공조와 중재, 중동 전쟁 확전 막는 제 역할하길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한미일 대 북중러'의 글로벌 신냉전 구도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향후 전략적인 연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우려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백년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한미일 3국의 군사활동 증대가 북러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므로 북한과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확고한 연대와 지원 의지를 표시했다. 같은 날 중국 베이징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 간 공조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지난 3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만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정치 지형이 재편되는 가운데 이-하마스 전쟁에서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러 등 3대 초강대국의 분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중러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중국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자위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해왔고, 러시아도 휴전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왔다. 서방이 하마스의 기습을 테러 행위라며 연일 규탄하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하마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다.

우리에겐 북한제 무기가 러시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러시아 화물선이 북한으로부터 컨테이너 1000여개를 실어 나른 정황이 인공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러시아는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결속 강화를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김 위원장과 만나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탄약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의 개발·완성 등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는 등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은 두 나라 간 무기 거래와 관련,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각종 제재와 수출 통제로 인해 북한과 같은 나라로부터 무기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며,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러가 이-하마스 전쟁의 중재 역할을 자임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확전을 막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이-하마스 전쟁 상황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논의 사항은 밝히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방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 이스라엘 일변도 행보를 보이는 미국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따른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에 맞서 북중러 3국 간의 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북한이 저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미사일 개발 등으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북러와 일정 거리를 둬왔다. 3국 연대에 반대는 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충돌은 피하고자 하는 독자적 외교를 견지해왔다.


세계가 양쪽으로 갈라져 갈등하고 유엔의 세계평화 유지 임무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대안세력 지위를 노리며 중동 산유국에 공을 들여온 중러의 밀착과 중재안이 모쪼록 중동전쟁 확전을 막는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소임이자 본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