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끝나지 않는 3천년간의 악연..중동 또 불타면 세계경제 공황 온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2 13:48

수정 2023.10.23 05:49

김관웅의 픽(PICK)-중동 또 불타오를까
다윗과 골리앗서 시작된 악연..기원전 1000년 전부터 앙숙
영국의 파렴치한 이중삼중 협약이 중동전쟁 계속 불러와
바이든 재선 이번 사태에 달려..시진핑과 푸틴은 꽃놀이패
확전되면 세계경제 석유파동 이상의 엄청난 충격 마주할듯
끝나지 않는 3천년간의 악연..중동 또 불타면 세계경제 공황 온다

[그래픽] 이스라엘 영토 분쟁사 (AFP=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분쟁은 이 둘의 오래된, 그리고 복잡한 분쟁의 역사를 재확인시킨 사건이다. 영국 BBC는 "둘 사이에서 벌어진 분쟁의 대부분은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인 예루살렘과 요르단 국경 사이에 있는 서안지구에 집중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
[그래픽] 이스라엘 영토 분쟁사 (AFP=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분쟁은 이 둘의 오래된, 그리고 복잡한 분쟁의 역사를 재확인시킨 사건이다. 영국 BBC는 "둘 사이에서 벌어진 분쟁의 대부분은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인 예루살렘과 요르단 국경 사이에 있는 서안지구에 집중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전쟁이 중동 전체를 흔들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확전을 막기 위해 지난 18일 서둘러 전장터인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사실상 빈손 귀국했다. 방문 당일 가자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격 참사가 발생하면서 예정됐던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정상회담은 바이든이 이스라엘 땅을 밟기도 전에 무산됐다. 이틀간 일정에서 바이든이 얻은 것은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을 보내기로 한 게 전부였다. 특히 이스라엘 공항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얼굴을 맞대며 뜨거운 포옹을 하는 장면은 되레 아랍권 분노만 키웠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자마자 중동전으로 확전되는 것을 우려해 최첨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전단을 급파한데 이어 며칠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함대를 추가로 보냈다. 그만큼 다급했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요르단, 사우디 등 아랍국가를 연일 방문하며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앞에 지상군을 대거 집결시키고 "이제 죽은 목숨..생명줄 끊겠다"며 연일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며 국지전을 벌이고 있고,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 등을 비롯한 주변국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참전 의지를 높여가고 있다.

[그래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주요 무력충돌 사망자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이 열흘째에 접어든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는 총 4천166명으로 집계됐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주요 무력충돌 사망자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이 열흘째에 접어든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는 총 4천166명으로 집계됐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도대체 왜 싸우나..3000년간의 악연
세상에서 가장 극한 대립을 빚는 이스라엘과 아랍은 원래 같은 민족이다. 노아의 첫째 아들 셈의 자손으로 두 민족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 유대민족은 기원전 1500년 경 가나안에 살다가 이집트로 이주했다. 이민족 힉소스 왕조 밑에서 준 지배계층으로 살다가 이집트 왕조로 바뀌게 되자 한 순간에 노예민족으로 전락했다. 투탕카멘을 거쳐 람세스2세 왕조때인 기원전 1000년 경 모세의 인도로 가나안으로 들어왔다. 유대인이 그 땅을 비운 사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들어와 이미 정착해 있었지만 다윗이 이들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왕국을 세웠다. 이 때 물리친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이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그러나 솔로몬 왕 이후 북이스라엘과 유다왕국으로 쪼개진 후 기원전 721년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게 망하고 601년 유다왕국도 신바빌로니아에 멸망했다. 이후 페르시아 키루스 왕의 도움을 받아 다시 나라를 세웠으나 서기 70년 마침내 로마에 의해 완전히 멸망당하며 유대민족은 2000년 동안 국가없는 유랑생활을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한참 세월이 흐른 1897년, 유대인들이 비밀리에 모여 유대인 대회가 열고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를 세우기로 결의했다. 그러던 중 1915년 세계1차대전이 터졌다. 독일 등 추축국에 계속 밀리던 영국은 오스만 식민치하에 있던 아랍에 "오스만 제국에 맞서 싸우면 아랍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맥마흔 선언(McMahon Declaration)이다. 아랍은 영국의 약속에 종교적 율법을 어기면서 같은 이슬람인 오스만에 총구를 겨눴다. 결국 오스만의 철옹성 요새 '아카바'가 영국 수중에 들어오면서 연합군은 남부전선에서 승기를 잡아갈 수 있었다.

영국은 또 부족한 전쟁 자금을 확보하고, 미국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유대인에 접근했다. 1917년 유대 은행재벌 로스차일드와 비밀리 회동해 "연합국 편에 서면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국가 창설을 돕겠다"고 했다. 벨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이다. 유대인이 즉시 연합국 편에 섰다.

영국은 여기에 더해 프랑스와 또 다른 조약을 맺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으로 연합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프랑스는 시리아 등 지중해 해안지대를,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바그다드를 점령하기로 한 것이다.

1919년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마자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하기 시작했다. 아랍은 분노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따라 아랍인에게 자결권이 주어져야 했지만 영국이 배반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더 커졌다. 1920년부터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들의 이민이 대거 시작된 것이다. 그 해 1만6000여명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급증세를 기록했다. 위임통치를 하던 영국은 그냥 방관했다. 게다가 1933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들어서며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자 불법이민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1939년 결국 아랍인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영국은 유대인의 불법이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1947년 유엔총회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인과 유대인 두 개의 독립국가로 분할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아랍인이 중심의 팔레스타인 연방안을 유력했지만 미국이 제3세계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뒤집은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 면적의 7%밖에 소유하지 못한 유대인에 전체 면적의 56%를 배정했다. 2000년 간 살아온 그 땅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에 더해 1948년 유대인의 유명한 테러조직이 아랍마을을 야밤에 급습해 254명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테러조직 수장은 메나헴 베긴으로 그 후 이스라엘 수상이 됐다.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아랍인들이 인근 국가로 도피했다. 불과 한 달만에 100만명이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지로 흩어졌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했다. 마침내 아랍의 땅에 유대민족의 나라가 생긴 것이다.

A view taken from the Mount of Olives shows a group of Jewish visitors on the Al-Aqsa compound, also known to Jews as Temple Mount, in Jerusalem's Old City, April 9, 2023. REUTERS/Dedi Hayun
A view taken from the Mount of Olives shows a group of Jewish visitors on the Al-Aqsa compound, also known to Jews as Temple Mount, in Jerusalem's Old City, April 9, 2023. REUTERS/Dedi Hayun


■결국 중동전으로 갈까
바이든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중동전으로의 확전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에 나서자 항공모함을 급파한 것도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랍 국가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염려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미루고 있지만 북부 레바논 접경지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도시에 대해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자 이 때 창설된 시아파 무장단체로 최소 6만명 이상의 병력과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해 실전 경험까지 있어 하마스와는 비교되지 않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연일 참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란은 중동 국가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로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 진입이 시작되면 이란이 움직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계획에 대해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최근 이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하지 말라(Don't)"라는 말을 네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일촉즉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의 이란 배후설에 대해서도 미국이 "그런 증거가 없다"고 연일 선을 긋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수교 의지를 내비친 사우디 아라비아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다시 돌아앉았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만 지금까지 4000명이 넘게 숨지고 1만여명이 다친 상황에서 이슬람 수니파의 맏형인 사우디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확전되면 무조건 아랍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는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 News1 DB /사진=뉴스1
ⓒ News1 DB /사진=뉴스1


■셉법 바쁜 바이든, 시진핑, 푸틴
중동 정세를 둘러싼 미-중-러의 셈법도 복잡하다. 가장 불난 집은 미국이다. 우선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두둔하면서 인도주의라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할때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이제 러시아가 쥐었던 그 칼날을 쥐게 됐다. 그러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두 개의 전쟁, '세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전쟁까지 터지면 미국은 다시 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 뿐이 아니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은 세 개의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미국 국채금리가 발작했다. 가장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금리가 갑자기 5%를 넘어섰다. 초유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예산으로 143조원을 요청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짓는가에 따라 재선 성공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미국 정가는 예측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던 중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지지로 돌아섰다. 미국에 등 돌리는 아랍 전체를 끌어안기 위해서다. 미국의 중동 헤게모니가 흔들리자 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사태가 집권 후 십년 넘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향후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대만 무력충돌을 앞두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어 여러모로 유리한 국면이다.

그러나 진짜 웃는 사람은 푸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파렴치한 전쟁광으로 낙인찍혔지만 이스라엘 전쟁이 이슈를 다 잡아먹었다. 더구나 민간인 학살을 계속하는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바이든에 '위선자' 오명까지 넘겨줬다. 이스라엘 주변으로 확전되면 중동 기반의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게 돼 유럽 에너지 패권을 쥔 러시아는 더 입김이 세지게 된다. 이란이 참전하면 서방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란,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판단 하나에 따라 시아파가 움직이고, 아랍 전체가 연쇄적으로 하나가 되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보고서 발췌]
[신한투자증권 보고서 발췌]

■중동전쟁 확전되면 세계 경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걱정하는 것은 확전이다. 코로나로 무너진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의 암운은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에 따른 석유파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며 지원에 나서자 산유국들이 원유가격을 70% 인상하고, 이스라엘 지원국가에 대한 석유수출금지 조치까지 발동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공황에 준하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늘면서 아랍 전체가 하나로 뭉치고 있고, 이란은 참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초기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전되면 유가는 단숨에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랍 산유국들이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유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도 이를 계기로 가스자원을 무기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땐 상상치 못한 상황까지 초래하게 된다.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30%가 이 해협을 지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두바이유에 의존도가 높아 더욱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금리도 더욱 글로벌 경제를 괴롭히게 된다. 근원물가인 유가가 흔들리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지고, 미국도 국채발행을 늘리게 되면 채권금리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전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가장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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